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경매1계에서 다음 달 7일 경매될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유지'(963㎡)는 채권 청구액이 단돈 1원이다. 유지는 저수지 · 호수 · 연못 등 물이 고여 있는 땅을 말한다. 현재 잡종지인 이 땅의 감정가는 1억7334만원이다. 1원을 갚지 못해 억대 부동산을 경매당하는 셈이다.

경매 제도만 놓고 따져보면 이 땅에 대한 경매가 성사될 가능성은 제로(0)다. 소유자(채무자)가 경매 신청자(채권자)에게 1원만 갚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1원짜리 경매'가 경매 현장에선 대부분 성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형식상의 경매'로도 불리는 1원짜리 경매에서 신청자는 대부분 해당 부동산을 다른 사람들과 공동소유하고 있다. 경매 목적도 채권 회수가 아니라 공유 부동산을 팔아 소유지분만큼을 현금화하는 것이다. 공동 소유자들은 사전 협의를 거쳐 특정인이 다른 공동소유자를 상대로 경매를 신청토록 하기 때문에 취하 가능성도 거의 없다. 경매 신청액을 1원으로 한 것은 채권 · 채무 관계에 의한 공매가 아님을 알리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1원짜리 경매' 물건의 대부분은 지분 관계가 복잡하거나 개발 · 이용에 대한 규제가 많다. 여주지원에 나온 유지도 토지거래허가구역,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자연환경보전권역 등에 묶여 정상적으로는 팔리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경매에서 유찰이 거듭돼 가격이 계속 내려가면 '저가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결국 팔리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동원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광주지방법원 경매13계에 나온 '1원짜리 경매'는 사정이 약간 다르다. 1인 소유에 소유자와 경매신청자가 2001년 파산한 광주상호신용금고로 같다. 물건은 광주광역시 금남로에 있는 지하 2층~지상 6층 근린상가로 감정가는 65억원이다. 시장에서 팔기 힘들다고 판단한 파산법인이 법원 경매를 활용하기 위해 자신을 채무자로 만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