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반대로 금융개혁 법안 상정은 일단 부결됐지만 강도 높은 금융개혁을 요구하는 경제학자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26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골드만삭스 사태로 월가 금융사가 갖는 이해 상충 문제가 분명히 드러났다"며 "투명한 금융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금융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골드만삭스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사기혐의로 제소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또 다른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선 월가 금융사들이 과도한 투자 위험을 안지 않도록 강도 높은 금융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금융개혁이 월가 금융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해도 미국 경제에 결코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개혁 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강력한 법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미국은 너무 많은 부와 우수 인력을 경제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복잡한 금융 상품을 만드는 데 투입했다"며 "이런 관행을 뿌리뽑을 수 있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월가 금융사의 '대마불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금융시장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신용평가사들의 이해 상충 문제(채권 발행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관행)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도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형 금융사에 추가로 세금을 물리고 상업은행의 자기자본 거래를 제한하는 이른바 '볼커 룰'에 찬성한다"며 "정치권은 대규모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더욱 심화된 대마불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와 일반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금융안전위원회'를 독립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이 중국 등 외국 자본을 계속 빌려와야 하는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국제 공조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앤드루 로 MIT대 금융학 교수는 전날 NYT에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 금융위원회를 설립해 정부의 금융정책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