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3) "국가지도자는 정파 떠나 긴 안목으로 국익위해 말할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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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끝…존메이저 前 영국총리에게 듣는다
대담=고광철 논설위원
대담=고광철 논설위원
분홍색 셔츠와 흰 무늬가 점점이 박힌 하늘색 넥타이.인터뷰를 위해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 남산5호실에 들어선 존 메이저 전 영국총리는 전형적인 영국 신사였다. 큰 키에 부드러운 얼굴표정,깔끔한 매너까지 젠틀맨의 전형임을 연상시켰다.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어조엔 힘이 실려 있었다. 지도자론,세계 경제 현황,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의 위상과 한국의 역할,한국의 미래에 대해 말할 땐 영국을 7년간이나 이끌고 온 지도자다운 경륜과 철학이 묻어 나왔다.
메이저 전 총리는 국가 지도자의 요건으로 국가를 위해 말할수 있는 용기를 꼽았다. "자기 정파의 이해관계를 떠나 장기적으로 국가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서 실행할 수 있는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그는 "국가 지도자라면 단기적인 인기를 끌려 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국가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선택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이저 전 총리는 세계경제질서를 형성하는 데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대목에서도 힘을 주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G20가 G7(선진 7개국)을 대체하는 기구가 됐다"며 "한국은 G20 정상회의에서 개발도상국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최적의 국가"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언젠가 이뤄질 통일에도 대비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지난 20,21일 개최한 '2010 세계 경제 · 금융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메이저 전 총리를 고광철 논설위원이 만났다.
▼총리로 집권할 때(1990~1997년) 영국 경제는 호황을 누렸습니다. 비결은 무엇이었나요.
"총리직을 처음 시작하던 1990년에는 불황기였습니다. 불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굉장히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산업 경쟁력을 확충하고,한 사람을 고용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지 않도록 하고,지나친 재정 지출을 줄이려 애썼습니다. 금리도 가급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려 했고요. 이런 정책을 구사해 영국 경제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
▼총리직에서 물러난 지 13년가량이 지났는데요. 국가 지도자의 요건을 꼽아 주시겠습니까.
"자기 정파의 이해관계를 떠나 장기적으로 국가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서 실행할 수 있는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모름지기 지도자는 국가를 위해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장기적인 리더십이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리더십도 필요할 텐데요. 둘 사이에 충돌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좋은 지적입니다. 장기 · 단기 리더십이 요구하는 것은 항상 부딪치게 마련입니다. 정부의 재정지출만 봐도 그렇습니다. 재정지출을 줄이면 단기적으론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힘듭니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론 국가에 필요한 일입니다. 국가 지도자라면 이럴 때 단기적인 인기를 끌려 하기보다 미래를 내다보고,장기적으로 국가에 도움 되는 방안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요. "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는 누군지요.
"특정 인물의 이름을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국가의 반석을 세운 여러 정치인들의 이름은 길이 기억되리라고 생각합니다. "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어떻습니까.
"두말할 것도 없이 존경하는 지도자죠.그녀는 정당(보수당)을 이끌 자질이 충분했습니다. 약 20~30년 후에 영국의 정치 역사를 다시 돌아본다면 대처 전 총리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오는 5월6일 실시되는 영국 총선을 앞두고 제3당인 자유민주당이 크게 선전하고 있는데요. 제1,2당인 보수당과 노동당을 위협할 정도입니다만.
"영국 총선은 지금 중반을 지나고 있지요. 닉 클레그 자유민주당 대표가 TV토론에 출연한 이후 자유민주당 지지율이 치고 올라온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각 당의 정책이 주요 이슈가 되면 이런 판도는 상당 부분 바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각 당의 경제 정책은 어떻게 다른가요.
"정부 재정의 균형을 찾기 위해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가 차이점입니다.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죠.다만 긴축재정과 증세의 균형점을 어디쯤에서 찾느냐,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이런 방안을 실시할 것이냐가 3당의 정책을 구분짓고 있습니다. "
▼한국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11월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데요. 영국이나 미국에서 열리는 것과 비교하면 다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까.
"한국은 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자격이 충분합니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한국이 G20 의장국이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죠.지금 G7을 G20가 대체하고 있는데,진작 이런 일이 이뤄졌어야 합니다. G7은 전 세계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죠.G20는 중국의 급성장 문제나 금융규제,해외원조,기후변화에 관한 내용을 다루기에 적절한 논의기구라고 봅니다. 한국이 G20에 좋은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라 믿습니다. "
▼한국이 개발도상국들의 입장을 대변해 주장할 만한 사안이 있다고 보는지요.
"한국은 기후변화 등의 이슈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명했고,개도국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습니다. 개발원조에 대한 안건도 한국의 입장에 힘이 실릴 분야입니다. 한국은 30년 전에는 수혜국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여국 지위에까지 오르지 않았습니까. 한국은 G20정상회의가 열리기에 이상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죠."
▼한국의 개도국에 대한 지원 규모는 선진국에 비해 작은 편인데요. 어느 정도 지원하는 게 적정한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유엔이 제시한 목표치를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최근 선진국들의 개도국 지원규모는 유엔 원조기준에 모자랍니다. 경제 위기 때문이지요.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인구가 많은 나라들이 점점 부유해지면서 식자재 가격도 오르고 있고요. 이는 최빈국들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요. 한국 경제의 강점과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40년 전에 한국을 처음 방문했었는데요. 그 때는 완전히 다른 나라였어요. 엄청난 성공을 이뤘죠.당시엔 기술 수준이 한참 뒤져 있었지만 지금은 상위 30~40개국 경제에 완전히 통합돼 있습니다. 특히 무역에서 굉장한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앞으로 한국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이뤄질 통일에도 대비해야 하고요. 지금의 분단체제가 계속되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북한은 언젠가 붕괴하고 통일이 이뤄질 겁니다. 한국 기업들이 북한 경제를 다시 다이내믹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
▼한국과 영국이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분야를 꼽는다면요.
"양국의 협력관계는 계속 증진되고 있습니다. 무역 규모도 상당하고요. 앞으로는 일반 제조업 분야의 협력을 넘어 하이테크놀로지 분야와 서비스산업 분야에 대한 협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
▼세계 경제는 위기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영국 경제는 불황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평가하십니까.
"지금도 힘든 상황이죠.지난 10년간 영국은 지나치게 소비를 많이 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 국가재정도,가계도,개인도 모두 빚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부채율을 낮추기 위해 지출을 줄여야 합니다. 영국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경제주체들마다 회복 속도도 불균등할 것이고요. 현재 부채 수준이 적정 수준으로 낮아지게 되면 빠른 경제 성장이 다시 이뤄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때는 세율을 낮추고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하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
▼미국을 중심으로 은행세 부과 등 각종 금융규제 방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입장이 궁금합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경제의 문제점은 부채율이 너무 높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른 폐해를 예방하자는 노력이 최근 논의되는 금융규제 방안인 것 같습니다. 은행으로 하여금 자본 적정성을 유지토록 함으로써 부채율을 낮추는 효과를 얻자는 거죠.은행들이 자본 적정성을 유지하고 레버리지 수준을 낮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합니다. "
▼글로벌 불균형도 위기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미국이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누구도 중국에 위안화를 절상하라고 강요할 순 없다고 봅니다. 지난 5~6년간 위안화는 조금씩 절상돼 왔습니다. 중국은 외부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부 인플레이션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절상을 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원자재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입니다. 또 30년간 급성장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할 겁니다. 결국 자국의 이익을 위해 위안화를 절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정리=이상은/심은지 기자 selee@hankyung.com
존 메이저 前 영국 총리는…
△1943년 런던 출생 △1959년 그래머스 스쿨 중퇴 △1959년 보수당 청년위원회 가입 △1964년 지방의원 출마 낙선 △1965년 스탠다드차타드 입사 △1968년 지방의원 당선 △1979년 하원의원 당선 △1987년 재무차관 △1989년 외무장관,재무장관 △1990년 총리 취임 △1997년 총리 퇴임 △크레디트 스위스 고문(현재)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어조엔 힘이 실려 있었다. 지도자론,세계 경제 현황,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의 위상과 한국의 역할,한국의 미래에 대해 말할 땐 영국을 7년간이나 이끌고 온 지도자다운 경륜과 철학이 묻어 나왔다.
메이저 전 총리는 국가 지도자의 요건으로 국가를 위해 말할수 있는 용기를 꼽았다. "자기 정파의 이해관계를 떠나 장기적으로 국가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서 실행할 수 있는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그는 "국가 지도자라면 단기적인 인기를 끌려 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국가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선택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이저 전 총리는 세계경제질서를 형성하는 데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대목에서도 힘을 주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G20가 G7(선진 7개국)을 대체하는 기구가 됐다"며 "한국은 G20 정상회의에서 개발도상국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최적의 국가"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언젠가 이뤄질 통일에도 대비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지난 20,21일 개최한 '2010 세계 경제 · 금융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메이저 전 총리를 고광철 논설위원이 만났다.
▼총리로 집권할 때(1990~1997년) 영국 경제는 호황을 누렸습니다. 비결은 무엇이었나요.
"총리직을 처음 시작하던 1990년에는 불황기였습니다. 불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굉장히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산업 경쟁력을 확충하고,한 사람을 고용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지 않도록 하고,지나친 재정 지출을 줄이려 애썼습니다. 금리도 가급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려 했고요. 이런 정책을 구사해 영국 경제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
▼총리직에서 물러난 지 13년가량이 지났는데요. 국가 지도자의 요건을 꼽아 주시겠습니까.
"자기 정파의 이해관계를 떠나 장기적으로 국가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서 실행할 수 있는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모름지기 지도자는 국가를 위해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장기적인 리더십이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리더십도 필요할 텐데요. 둘 사이에 충돌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좋은 지적입니다. 장기 · 단기 리더십이 요구하는 것은 항상 부딪치게 마련입니다. 정부의 재정지출만 봐도 그렇습니다. 재정지출을 줄이면 단기적으론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힘듭니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론 국가에 필요한 일입니다. 국가 지도자라면 이럴 때 단기적인 인기를 끌려 하기보다 미래를 내다보고,장기적으로 국가에 도움 되는 방안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요. "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는 누군지요.
"특정 인물의 이름을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국가의 반석을 세운 여러 정치인들의 이름은 길이 기억되리라고 생각합니다. "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어떻습니까.
"두말할 것도 없이 존경하는 지도자죠.그녀는 정당(보수당)을 이끌 자질이 충분했습니다. 약 20~30년 후에 영국의 정치 역사를 다시 돌아본다면 대처 전 총리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오는 5월6일 실시되는 영국 총선을 앞두고 제3당인 자유민주당이 크게 선전하고 있는데요. 제1,2당인 보수당과 노동당을 위협할 정도입니다만.
"영국 총선은 지금 중반을 지나고 있지요. 닉 클레그 자유민주당 대표가 TV토론에 출연한 이후 자유민주당 지지율이 치고 올라온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각 당의 정책이 주요 이슈가 되면 이런 판도는 상당 부분 바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각 당의 경제 정책은 어떻게 다른가요.
"정부 재정의 균형을 찾기 위해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가 차이점입니다.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죠.다만 긴축재정과 증세의 균형점을 어디쯤에서 찾느냐,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이런 방안을 실시할 것이냐가 3당의 정책을 구분짓고 있습니다. "
▼한국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11월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데요. 영국이나 미국에서 열리는 것과 비교하면 다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까.
"한국은 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자격이 충분합니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한국이 G20 의장국이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죠.지금 G7을 G20가 대체하고 있는데,진작 이런 일이 이뤄졌어야 합니다. G7은 전 세계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죠.G20는 중국의 급성장 문제나 금융규제,해외원조,기후변화에 관한 내용을 다루기에 적절한 논의기구라고 봅니다. 한국이 G20에 좋은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라 믿습니다. "
▼한국이 개발도상국들의 입장을 대변해 주장할 만한 사안이 있다고 보는지요.
"한국은 기후변화 등의 이슈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명했고,개도국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습니다. 개발원조에 대한 안건도 한국의 입장에 힘이 실릴 분야입니다. 한국은 30년 전에는 수혜국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여국 지위에까지 오르지 않았습니까. 한국은 G20정상회의가 열리기에 이상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죠."
▼한국의 개도국에 대한 지원 규모는 선진국에 비해 작은 편인데요. 어느 정도 지원하는 게 적정한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유엔이 제시한 목표치를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최근 선진국들의 개도국 지원규모는 유엔 원조기준에 모자랍니다. 경제 위기 때문이지요.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인구가 많은 나라들이 점점 부유해지면서 식자재 가격도 오르고 있고요. 이는 최빈국들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요. 한국 경제의 강점과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40년 전에 한국을 처음 방문했었는데요. 그 때는 완전히 다른 나라였어요. 엄청난 성공을 이뤘죠.당시엔 기술 수준이 한참 뒤져 있었지만 지금은 상위 30~40개국 경제에 완전히 통합돼 있습니다. 특히 무역에서 굉장한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앞으로 한국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이뤄질 통일에도 대비해야 하고요. 지금의 분단체제가 계속되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북한은 언젠가 붕괴하고 통일이 이뤄질 겁니다. 한국 기업들이 북한 경제를 다시 다이내믹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
▼한국과 영국이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분야를 꼽는다면요.
"양국의 협력관계는 계속 증진되고 있습니다. 무역 규모도 상당하고요. 앞으로는 일반 제조업 분야의 협력을 넘어 하이테크놀로지 분야와 서비스산업 분야에 대한 협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
▼세계 경제는 위기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영국 경제는 불황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평가하십니까.
"지금도 힘든 상황이죠.지난 10년간 영국은 지나치게 소비를 많이 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 국가재정도,가계도,개인도 모두 빚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부채율을 낮추기 위해 지출을 줄여야 합니다. 영국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경제주체들마다 회복 속도도 불균등할 것이고요. 현재 부채 수준이 적정 수준으로 낮아지게 되면 빠른 경제 성장이 다시 이뤄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때는 세율을 낮추고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하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
▼미국을 중심으로 은행세 부과 등 각종 금융규제 방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입장이 궁금합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경제의 문제점은 부채율이 너무 높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른 폐해를 예방하자는 노력이 최근 논의되는 금융규제 방안인 것 같습니다. 은행으로 하여금 자본 적정성을 유지토록 함으로써 부채율을 낮추는 효과를 얻자는 거죠.은행들이 자본 적정성을 유지하고 레버리지 수준을 낮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합니다. "
▼글로벌 불균형도 위기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미국이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누구도 중국에 위안화를 절상하라고 강요할 순 없다고 봅니다. 지난 5~6년간 위안화는 조금씩 절상돼 왔습니다. 중국은 외부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부 인플레이션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절상을 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원자재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입니다. 또 30년간 급성장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할 겁니다. 결국 자국의 이익을 위해 위안화를 절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정리=이상은/심은지 기자 selee@hankyung.com
존 메이저 前 영국 총리는…
△1943년 런던 출생 △1959년 그래머스 스쿨 중퇴 △1959년 보수당 청년위원회 가입 △1964년 지방의원 출마 낙선 △1965년 스탠다드차타드 입사 △1968년 지방의원 당선 △1979년 하원의원 당선 △1987년 재무차관 △1989년 외무장관,재무장관 △1990년 총리 취임 △1997년 총리 퇴임 △크레디트 스위스 고문(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