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올리브(온라인 전기자동차) 사업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기술'로 잠정 결론을 내림에 따라 파문이 일고 있다.

올리브가 1년 남짓한 기간에 기초기술 R&D(연구개발)에만 41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은 대표적인 '녹색기술'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열린 올리브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평가위원 9명 대부분이 올리브가 실제 도로에서 적용할 수 없는 기술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련 부처 실무자들도 사업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어 KAIST의 대응이 주목된다.

과학계는 진실 공방의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올리브 파문이 '녹색기술' 푯말을 달면 충분한 검증 없이 R&D 자금을 집행하는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기장 위험 있다 vs 없다

올리브는 도로 밑에 매설한 급전장치와 차량 안 집전장치 사이에서 원격으로 생성되는 자기장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아 달리는 자동차다. 따라서 자기장의 유해성이 논란거리다. KAIST는 국제비전리방사선보호위원회(ICNIRP) 기준상 인체에 무해한 62.5mG(밀리가우스) 이하 자기장을 생성하도록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올해 안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62.5mG 이하 자기장을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D대학 K교수는 "급전과 집전장치 사이가 멀어질수록 효율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는 반면 자기장은 더 커진다"고 반박했다. 서인수 KAIST 올리브사업단 차량그룹장은 "최근 실제 버스 실험에서 자기장 무해성을 입증했으나 일부 평가위원들이 보지도 않고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원천 기술이다 vs 황당하다

KAIST는 올리브가 움직이면서 원격 충전을 받고 달리는 세계 최초 신개념 전기자동차라고 강조한다. 또 전체 노선의 20%에만 급전 라인을 깔아 인프라 투자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J연구원 Y센터장은 "비접촉식 전자기 유도 기술은 현재 TFT-LCD 회로공정 청정실에서 사용하고 있다"며 "연구실이나 제한된 공간에서 사용해야 할 기술이지 도로에서 쓸 게 아니다"고 일축했다.

S대학 C교수는 "정차 상태의 전기차에 무선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시설은 세계적으로도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올리브의 발상은 황당한 수준"이라며 "유지 · 보수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도로를 갈아엎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공극(도로 표면과 집전장치 사이 거리)에 따른 효율을 두고도 논란이 많다. KAIST는 현재 공극 17㎝에서 각종 손실을 감안해도 최대 72%의 효율(출력/입력)을 달성하도록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KAIST는 장기적 투자를 받는다면 급전선이 땅속 깊이 매설돼도 공극에 따른 효율을 유지하도록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Y센터장은 "최소한 80㎝ 이상 깊이 들어가지 않으면 도로 파손 등 문제로 전선이 드러날 수 있고 현행법에도 어긋나며 유지 · 보수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논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경제성 있다 vs 없다


KAIST는 2016년 기준 올리브가 CNG(천연가스)버스에 비해 대당(수명 9년 기준) 1억4590여만원의 사업자 운행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9000여대 버스가 올리브로 대체되면 1조3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1㎞ 인프라 가설에 3억원이 들고 전체 2000㎞ 인프라 구축에 6000억원 정도만이 소요되므로 결과적으로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H대학 S교수는 "자동차 유지 · 보수와 품질관리 비용이 그렇게 단순하게 나오는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