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운찬 국무총리는 그 어느 때보다 착잡한 마음이다.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장병 46명을 잃은 슬픔 때문만은 아니다. 헬기추락 사고,구제역 확산 등 국가적 재난이 동시 다발로 터지면서 내각을 지휘하는 총리로서 마음이 무겁다. 정 총리는 23일 주요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참으로 걱정이 많다"고 했다.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세종시 문제는 그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다.

'세종시 총리'를 자부할 정도로 힘을 쏟았던 세종시 수정작업이 탄력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어서다. 정총리가 찬반양론의 여론싸움을 뚫고 세종시 수정 관련 5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23일로 꼭 한 달이 됐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 등으로 제대로 논의 한번 못하고 묻혀 있다. 한나라당 6인 중진협의체도 성과 없이 활동종료를 선언했다.

'세종시 불씨'가 수그러들자 정 총리는 이날 세종시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편지를 국회의원들에게 보냈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 총리가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들에게 직접 전화해 세종시 수정과 관련된 입장을 설명한 뒤 서한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서한에서 최근 충청권에서 세종시 수정에 대한 여론이 좋아진 점을 알리고,7~8년간 기다린 주민들과 투자를 결심한 기업들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이 문제를 결론지어야 한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