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농업위원회가 21일 파생상품 규제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부 공화당 의원까지 찬성한 초당적인 법안이어서 이를 포함한 상원의 금융감독개혁 법안 처리가 탄력을 받게 됐다.

상원 농업위원회는 파생상품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월스트리트의 투명성과 책임성 법안'을 찬성 13표,반대 8표로 가결했다. 농업위는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상품선물거래소(CFTC)를 담당하고 있어 이 법안을 발의,처리했다. 파생상품 규제법안은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이 주도하고 있는 포괄적인 금융감독개혁 법안에 첨부돼 향후 전체회의에서 표결될 전망이다.

파생상품 규제법안은 장외거래(OTC)되고 있는 파생상품을 중앙거래소와 중앙청산소에서 의무적으로 거래하고 청산토록 해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였다. 장외 파생상품은 그동안 계약 상대방 사이에서만 정보가 제한돼 정부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법안은 또 상업은행 부문과 파생상품 거래업무를 분리하고,분리하지 않을 경우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은행들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할인 창구 이용 및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예금보증 혜택을 주지 않는 내용도 담았다. 다만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거래하는 제조업체 등 비금융권의 헤지용 파생상품 거래는 예외로 했다.

블랑시 링컨 농업위원장은 "이번 법안은 600조달러에 이르는 파생상품 시장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은행들이 전통적인 은행으로 남아있을 것인지,아니면 AIG를 부실화시켰던 것처럼 위험한 파생상품 거래를 계속하게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JP모건체이스,골드만삭스를 포함한 5개 대형 은행들이 지난해 거래한 파생상품 규모는 200억달러 이상에 달했다.

특히 이날 표결에서는 찰스 그래슬리 공화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져 오바마 정부의 금융감독 개혁 입법에 힘을 실어줬다. 이는 전체회의에서 표결될 포괄적인 개혁법안이 공화당의 지지표를 얻을 수도 있다는 첫 신호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상원에서 59석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은 전체회의에서 공화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저지하고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최소한 1명 이상의 공화당 의원을 확보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주례 라디오연설을 통해 "파생상품 규제가 포함되지 않은 개혁법안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의회를 압박한 바 있다.

금융감독개혁 법안은 △FRB 내에 소비자금융보호기구를 신설하고 △FRB가 대형 은행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며 △정부가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해칠 수 있는 부실 금융사를 질서 있게 정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 등이 골자다. 여기에 파생상품 규제법안이 첨부된다.

하지만 공화당의 대부분 의원들은 파생상품 규제법안이 600조달러에 달하는 미국 파생상품 시장이 해외로 넘어가도록 하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형 은행들이 파생상품을 취급하지 못하더라도 중소형 은행은 거래가 가능해 '역차별' 효과가 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 CNN은 5개 대형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파생상품 규모는 280조달러로 규제가 강화되면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280조달러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0배에 이르는 규모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