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이새한이 22일 '도레이첨단소재㈜'로 CI(기업이미지)를 바꾸고 탄소섬유 사업 진출 등 한국 내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1999년 일본 도레이와 ㈜새한의 한 · 일 합작기업(지분 6 대 4)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한국 진출 11년 만에 '새한'이란 이름을 떼게 됐다.

도레이첨단소재는 화학섬유와 폴리에스터 필름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해 2002년 일찌감치 IT(정보기술)소재 분야 투자를 늘리며 영역을 확장,1조원 매출 돌파를 앞두고 있다. 모(母)기업 도레이의 기술 이전을 통한 탄소섬유 사업 진출을 계기로 첨단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전략이다.

◆과감한 투자 결정으로 IT소재 기업 변신


도레이첨단소재가 회사 설립 이후 11년 동안 한국에 투자한 금액은 총 7000여억원에 달한다. 경북 구미공장을 중심으로 △폴리에스터 필름(연간 11만t) △스펀본드 부직포(9만2000t) △폴리에스터 원사(5만5000t) △화학수지(30만t)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 도레이가 투자한 회사지만 독립적 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국내 경쟁 업체보다 한발 앞선 투자에 나서면서 경쟁력을 키워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IT 소재사업이다. 2000년대 초 전 세계 전자회사들이 앞다퉈 휴대폰과 액정표시장치(LCD) TV 개발에 나서는 것을 보고 2002년 LCD용 필름과 연성회로기판(FCCL) 개발에 발빠르게 뛰어들었다. 2005년 이후 LCD 필름 등 전자소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주력사업도 IT소재로 바꿨다. 작년 매출 9530억원 중 화섬 비중은 35%에 그친 반면 IT소재 분야 매출은 65%에 달했다.

이영관 사장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는 물론 반도체 소재 분야로 사업을 더욱 확대해 첨단 소재 사업 비중을 계속 높여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2008년 1월 새한이 갖고 있던 지분 전량을 매입,100% 외투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1995년 삼성에서 분리된 새한그룹은 주력 계열사 ㈜새한이 2008년 웅진에 매각된 데 이어 나머지 19개 계열사도 청산절차를 밟아 정리됐거나 매각 작업(새한미디어)이 진행 중이다.

◆도레이의 주력 사업까지 맡아


이 회사는 CI 변경과 함께 2020년까지의 성장전략을 담은 '비전 2020'을 발표했다. 향후 10년간 신기술 및 생산설비 확대에 총 2조3200억원(연구개발비 1400억원 포함)을 투자하고,매출을 작년의 3.6배인 3조5000억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신규 진출 사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탄소섬유다. 2020년까지 총 4800억원을 투자,구미 3공장에 탄소섬유 공장을 짓기로 했다. 해외 21개 국가에 진출한 일본 도레이가 핵심 캐시카우(cash cow)인 탄소섬유 생산기지를 한국에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1970년대 중반 탄소섬유 생산을 시작한 도레이는 연간 20조원으로 추정되는 세계 탄소섬유 시장에서 30%대의 점유율로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미국 프랑스 독일 등 4개국에 탄소섬유 공장을 돌리고 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일단 2015년까지 연간 5800t의 탄소섬유 생산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탄소섬유 총 생산량(4만3000t · 현재 기준)의 13.5%에 해당한다.

탄소섬유 이외에 △해수담수화 등 수(水)처리 사업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및 백시트 등 태양광 소재 △분리막 양극재 등 2차전지 핵심소재 사업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울 방침이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도레이 사장은 "한국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인 이윤추구가 아닌 도레이의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탄소섬유 분야의 기술 이전도 이런 맥락에 이뤄진 결정"이라고 말했다.

사카키바라 사장은 한국의 섬유 · 소재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3일 지식경제부로부터 금탑산업훈장을 받는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