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걸 LG패션 사장이 보유 중인 LG상사 주식을 연중 최고가 수준에 팔고 그 대신 작년 말보다 주가가 하락한 자사주(LG패션)를 사들였다. 지난해 2월에도 연중 최저 수준에서 자사주를 산 적이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구 사장은 지난 19일 LG상사 주식 3만8500주(11억원 상당)를 장내 매도했다. 지난 1월20일 4만8000주를 팔아치운 지 3개월 만이다.

구 사장은 2007년 10월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최대주주에 오른 후부터 이 회사 지분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다. LG상사가 3만원을 넘어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하자 일부 지분을 판 것으로 분석된다.

구 사장은 대신 자사 주식을 샀다. LG상사를 정리한 19일 LG패션 2만1380주(5억7000만원 상당)를 장내 매수했다.

회사 관계자는 "구 사장 개인 지분율만 16%를 넘고 있어 지배구조 확대와는 큰 연관이 없어 보인다"며 "현 주가 수준이 낮다고 보고 지분을 늘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과거에도 구 사장이 주가가 쌀 때 주식을 사들인 전례에 주목하고 있다. 구 사장은 작년 연중 최저치였던 2월에도 13만7380주를 사들인 바 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주가가 바닥권에 있다는 신호로 봐도 될듯하다"며 "주가가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쌀 때 최대주주가 주식을 사들이곤 했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도 LG패션은 작년 말보다 16%가량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업황은 개선되고 있지만 IT(정보기술) 자동차 등 주도 업종에 비해 주목을 덜 받고 있는 데다 작년 시장 대비 초과 상승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LG패션의 영업이익이 25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 수석연구원은 "수급이 꼬여 있을 때가 주가는 저점을 기록한다"며 "2분기 이후에도 실적개선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실적이나 소비지표가 개선되는 시점에 과도한 주가 하락은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을 만하다"며 목표주가로 3만6000원을 제시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