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뜨겁게 달아올랐던 채권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채권가격 상승(채권금리 하락)을 주도했던 외국인과 은행권의 매수세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표물인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연초 연 4.98%였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 지난달 22일에는 연 4.26%까지 떨어졌다. 채권금리 하락은 채권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한 달 동안 5년물 금리는 갈짓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도 보합권에서 맴돌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이 조만간 약세(금리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정부가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에 대한 유동성 규제에 나설 것임을 밝혔고,원 · 달러 환율이 더 내려갈 여지가 크지 않아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의 채권 보유잔액은 작년 5월 이후 꾸준히 증가했으나 이달 들어선 하루 평균 700억원씩 감소하고 있다.

외국인과 더불어 채권시장에 유동성 공급원이었던 은행들이 최근 은행채 발행을 재개한 것도 채권가격 조정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기업은행,우리은행,SC제일은행,신한은행 등이 일제히 은행채를 발행했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1분기만 해도 은행들은 정기예금으로 뭉칫돈이 들어오면서 은행채 발행을 문의해도 안 하겠다고 했는데 최근 은행채 발행을 재개한 것은 과잉 유동성이 어느 정도 소진됐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는 따라서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 채권시장에 추가로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지금은 리스크 관리에 치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채권시장 강세가 최소한 2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내수 부양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채권시장이 급작스레 조정받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