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를 사기 혐의로 제소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여론 재판에서는 완승했지만 법정에서는 골드만삭스의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 SEC가 법정에서 골드만삭스의 위법성을 규명하기 어려울 것이란 법률전문가들의 지적에 비춰 SEC가 소송에서 난관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SEC는 골드만삭스가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발행 · 판매하면서 상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정보를 밝히지 않아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컨설팅회사인 컴파스렉세콘의 문영배 부사장은 "해당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했을 때 투자자들이 CDO를 사지 않았을 것이란 점을 SEC가 입증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특히 CDO가 발행될 당시 상당수 투자자들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면 SEC가 이를 입증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사후의 결과를 두고 사기 혐의로 몰아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증권거래법 전문가들 역시 누락된 정보가 투자자들이 해당 상품에 투자하지 않도록 만들 만한 것이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유형의 소송에서 원고 측이 이기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골드만삭스의 사기 혐의만을 제시한 SEC가 추가로 어떤 증거를 내놓느냐에 따라 SEC와 골드만삭스 간 법정 공방의 판세는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골드만삭스는 잘못을 일부 시인하고 분쟁을 수습하기보다는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법이 정하는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모두 제공한 만큼 법정에서 무죄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하는 모습이다.

한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골드만삭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법률고문을 지낸 그레고리 크레이그씨를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소식통들은 크레이그가 SEC의 제소건을 담당,법정에 직접 출두해 골드만삭스를 변호하지 않고 측면에서 법률적 자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의 윤리규정에 따르면 백악관 직원은 퇴직 후 2년간은 행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변호사로 나설 수 없도록 돼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박성완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