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안화 절상 기대가 원 · 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치도 따라 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위안화 가치가 절상될 경우 중국의 구매여력이 확대되면서 원자재를 시작으로 각종 상품의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수출 증가에 따른 무역수지 개선과 함께 연쇄적인 통화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수출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과 대만 등은 지금까지 취해온 것보다 더 큰 폭의 통화가치 상승을 용인할 수 있게 된다"며 "아시아 통화가치가 큰 폭으로 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안화 절상이 자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로의 자금 유입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달러화나 유로화를 흡수한 중국이 보유 외환의 다양화를 위해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논리다. 가뜩이나 선진국 중심의 외국인 매수세로 환율하락 속도가 빠른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유동성 유입으로 낙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수출주들은 원 · 달러 환율 하락 시 이익 감소가 우려되지만 위안화 절상으로 오히려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화폐가치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이 중국의 내수부양 정책과 맞물려 IT(정보기술)와 가전제품 수요가 한층 더 늘어날 수 있고, 중국법인의 지분법 평가이익 증가 등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위안화 가치가 높았던 시기에는 전반적으로 IT와 자동차가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정유 · 화학 같은 원자재 업종이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국내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품목 중 철강과 기계의 비중이 2005년 10%와 13%에서 올 1~2월 각각 7%와 10%로 줄어든 반면 IT의 비중은 35%에서 45%로 10%포인트나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내수소비가 한단계 레벨업될 경우 수출 물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의 경우 수출 물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현지 생산비중이 늘면서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어 중국의 소비 확대에 따른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신세계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전통적인 내수주들도 눈여겨 볼 대상이다. 음식료업체인 오리온의 경우 올 1분기 중국현지법인의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정성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국법인의 영업이익이 630억원으로 국내 제과부문의 영업이익(572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라며 "영업이익률도 9% 선인 국내보다 훨씬 높은 11%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 연구원은 "원자재와 산업재 역시 수요 확대와 중국의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를 입을 수 있어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팀장은 "위안화 절상으로 IT와 자동차 비중이 높은 국내 성장형 펀드와 원자재 수출 확대로 수혜가 예상되는 브라질펀드 등의 수익률 개선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