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 카드사 등 금융회사들의 영역다툼이 치열하다. 보험사는 은행 농협 카드사와,은행들은 보험사 및 캐피털사와 기득권을 지키거나 상대방의 영역을 잠식하기 위한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산업 간 융합(컨버전스)이 이뤄지면서 금융권별 영역 다툼도 심화되고 있다"면서도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새로운 영역이 설정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툼의 중심에 선 보험사

보험사들은 은행,농협,카드사 등 다양한 영역의 금융사들과 주도권 싸움을 펼치고 있다. 농협과는 농협보험을 둘러싼 실랑이가 한창이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농협 개혁 차원에서 농협 공제사업 부문을 보험업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을 심의 중이다. 개정안은 농협에 보험업을 허용하되 '방카슈랑스 룰'을 5년간 유예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험사들은 농협 공제사업 부문 총자산이 27조8000억원으로 보험 업계 순위가 4위에 해당하는 만큼 예외를 인정하면 농협이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농협은 농민 재해보험 등 수익이 안 나는 보험을 많이 팔고 있으므로 오히려 방카슈랑스 룰 적용 유예기간을 10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카드사들과도 보험료 카드 결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계약 기간이 긴 저축성 보험을 카드결제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보통 소비자들이 10~20년 동안 드는 장기보험에 대해 매달 3% 수준의 가맹점 수수료를 카드사에 지불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은 "신용카드가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결제방식을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은행들과는 지급결제 허용 문제를 두고 신경전 중이다. 보험사들은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고객이 보험금을 보험사 계좌로 수령할 수 있는 등 다양한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결제시스템의 안정기능을 내세워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은행,캐피털사,서민금융회사 간 신경전

은행과 캐피털사들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간 13조원이 넘는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은 그동안 캐피털사들의 독무대였다. 최근 돈굴릴 데가 마땅치 않아진 은행들은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을 출시하면서 이 시장을 넘보고 있다. 신한은행은 2월 중순 '신한 마이카 대출'을 내놨다. 하나은행도 지난 12일 '직장인 오토론'을 선보였다. 우리은행도 이달 중 '우리V오토론'을 출시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캐피털사와 달리 취급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은행들의 자동차 대출상품 금리는 연 6~8%대로 취급수수료까지 합해 연 11~12% 정도인 캐피털사 대출 금리보다 낮다.

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 등 제도권 서민 금융회사와 대부업체 간 신경전도 날카롭다. 저축은행 등은 정부가 발표한 '서민 보증부 대출'을 늘리려면 대부업체가 갖고 있는 신용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부업체는 이는 영업기밀에 속한다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 컨버전스가 진행되고 금융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융권별 다툼이 격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영역다툼은 특정 금융권의 이득보다는 소비자의 편익이 높아지는 쪽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훈/강동균/이호기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