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2D 영화를 3D(3차원 입체영상)로 전환하는 기술에는 섬세한 숙련노동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영화 한 편 전체를 3D로 컨버팅(전환)할 수 있습니다. 10여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입체 알고리즘 영상이 적용된 소프트웨어 툴을 완성했기 때문이죠.한국인 특유의 성실성까지 더해 세밀한 영상으로 인도와 중국을 앞지릅니다. "

성영석 스테레오픽쳐스코리아 사장(39)은 "할리우드 테스트 입찰 참가사 10개 중 8개의 기술이 아직 '페이크'(가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인도 굴지의 CG업체 프레임포커스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타이탄'을 10주 만에 3D로 컨버팅했지만 '페이크'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트리사마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17분 정도만 참여했을 뿐이다. 영화 한 편을 모두 3D로 전환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저희는 컨버팅과 함께 양대 3D 영상기법으로 꼽히는 리그시스템(두 개의 카메라로 촬영하는 기법)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리그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아직 불안정합니다. 리그시스템으로 제작한 '아바타'도 15%는 촬영하지 못해 컨버팅기술을 사용했으니까요. 컨버팅 기술이 훨씬 경제적인 셈이죠.게다가 원자재를 구입할 필요가 없는 녹색성장산업이고 고용창출 효과도 큽니다. "

성 사장은 '매트릭스''해리포터' 등을 3D로 바꾸는 할리우드 프로젝트가 3000~6000편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워너브러더스만 600편을 헤아린다. 가전사들과 방송사들도 동참하고 있다. 3D산업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그는 일감이 몰려 BBC방송과 태양의서커스의 주문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3D영화로 촬영한 '아바타'는 제작비가 5억달러나 필요했지만 유명 2D영화를 3D로 전환하는 데에는 500만달러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북미지역에서 1000만장 이상 팔린 '인어공주' DVD도 3D로 다시 만들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 수주를 위해 해외 유명 인사까지 영입했다. "미국 마케팅법인이 할리우드 영화 수주에 큰 역할을 했죠.할리우드 관계자들과 접촉하기 위해 영입한 짐 밀러 워너브러더스 전 회장 등이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계적인 회사(스테레오픽쳐스코리아)를 키우는 데 긍지를 갖고 있지요. "

그는 이어 "3D산업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콘텐츠와 크리에이티브"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자체 콘텐츠를 개발하고 콘텐츠 제작사와 이익을 공유할 방침이다.

"3D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휴먼 팩터 연구투자도 필요합니다. 입체영상에서 얻는 정량화된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죠.극장 뒷자리와 앞자리에서 느끼는 입체감이 얼마나 다른지,안경별 피로감은 어떤지,50인치와 40인치 TV의 입체감은 얼마나 다른지를 연구해야 하거든요. "

3D관련 CG업체들을 한곳에 모으는 클러스터 조성 방안도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관련 업체들이 한곳에 모이면 시너지효과가 커진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수년 전 대기업들이 3D 컨소시엄을 구성해 관련 기술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소니는 디스플레이장비,NTT도코모는 모바일분야,NHK는 방송분야 3D기술을 각각 개발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했지요. 일본은 3D전쟁을 천천히 그러나 강력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

서울 광성고 출신인 성 사장은 1994년 군 제대 후 용산에서 멀티미디어 사업을 하다 1999년 스테레오픽쳐스의 전신인 어나더월드에 영업담당자로 합류해 지금의 회사를 이끌고 있다.

천안=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