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광고 27회 졸업생들은 최근 '조찬 동창회'를 열었다. 회원들은 오전 7시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서울호텔 레스토랑에 모여 아침식사를 함께 한 뒤 8시30분쯤 헤어졌다. 동창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저녁엔 다 모이기 힘든데 아침에는 다 모일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앞으로도 분기별 동창회를 조찬으로 열기로 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움츠러들었던 조찬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올해는 전문가 강연을 곁들인 동창회,친목모임 등 소모임도 조찬으로 치러지는 트렌드까지 확산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웨스틴조선서울 세종호텔 메이필드호텔 임피리얼팰리스 등 주요 호텔의 1분기(1~3월) 조찬 행사 예약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20% 늘었다. 대표적 '아침형 CEO '인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불어닥친 '얼리 버드(early bird)' 열풍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라는 게 호텔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웨스틴조선의 양식당 나인스 게이트그릴의 1~3월 조찬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경일 연회지배인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불어닥친 경기침체가 작년 하반기부터 다소 회복되면서 조찬행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호텔도 마찬가지다. 2008년과 2009년 학계조찬이 주류를 이뤘으나 올 들어 금융위기 진정으로 금융계 조찬모임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10%가량 많아졌다. 신라호텔도 작년 3월 한 달간 17건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20건을 넘어서는 회복세를 보였다. 밀레니엄 서울힐튼에서도 20~30명 규모의 조찬 모임이 한 달 평균 15건 정도 열리면서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최근 새롭게 리모델링한 서울팔래스호텔도 조찬모임으로 유명한 곳이다. 정부 산하기관을 비롯해 학회 공기업의 학술 강연 투자설명회 등이 잇달아 열렸다.

조찬 시장의 전통적인 고객은 정부,기업과 각종 사단법인,종교단체 등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SERICEO 조찬 세미나'의 경우 참가자 수가 8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팔래스호텔의 일식당 '다봉'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금융감독원 등 정부 부처와 세무,토목,의사 등 전문직 단체가 주 고객"이라며 "요즘엔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국회의원들의 참석이 줄어들었지만 이들도 소규모 조찬 모임을 많이 연다"고 설명했다. 조찬모임은 대부분 인문분야 강의나 재테크,투자설명회,제품설명회를 곁들여 열린다.

호텔들은 새로 유입되는 고객층을 잡기 위해 장소와 메뉴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10~20명 안팎이 참석하는 조찬 모임에 적합하도록 미팅 룸을 손질하기도 한다. 메이필드호텔은 벽 한쪽을 통유리로 만들어 아침 햇볕을 쬘 수 있는 비즈니스 컨퍼런스 룸을 지난달 선보였다. 임피리얼팰리스호텔은 전통 한옥 인테리어로 특화해 외국인 바이어와 동행하는 비즈니스맨들을 겨냥하고 있다. 식당 안에 아궁이가 있고,돌솥에 담긴 한정식도 나온다.

조찬 모임의 식단은 2만~3만원짜리 세트 메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빵과 소시지가 나오는 '아메리칸 브렉퍼스트'보다는 건강식 위주의 한식 · 일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웨스틴조선호텔은 밤새 자고 일어난 뇌의 활동에 도움이 되는 '슈퍼 푸드' 건강식을 내세우고 있다.

임피리얼팰리스호텔의 한미선씨는 "조찬매출이 전체 외식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선이지만 향후 호텔 레스토랑의 블루오션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