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태평양국제교육협회(APAIE) 컨퍼런스가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16일 폐막했다. 컨퍼런스에는 아시아 · 태평양 유럽 미주 등 4대륙 50여개국의 대학 총장과 교육계 인사 1000여명이 참석해 급변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대학들의 생존 방안을 모색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특히 대학 협력 범위를 아 · 태지역에서 전 세계로 확대하는 '골드코스트 선언문'이 채택되고,지난 1년여간 준비해 온 아시아판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인 아시아태평양리더프로그램(APL)이 본격 시동을 거는 등 굵직한 성과를 일궈냈다.

또 이두희 APAIE 회장(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이 제3대 회장으로 재선임됐다. APAIE 창립자로 초대 회장과 제2대 회장을 지낸 이 회장은 회원 대학들의 압도적 지지로 임기 2년의 회장에 다시 뽑혔다.

이번 컨퍼런스는 아시아가 단연 돋보이는 무대였다. 전체 전시 부스 86개 가운데 31%를 아시아 대학들이 점유해 주최 측인 호주 등 오세아니아(36%) 다음으로 비중이 높았다. 미주 유럽 등 서구 대학들에는 아시아 시대를 대비한 인재 확보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본지는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이 회장 주재로 내년 주최국인 대만을 비롯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3개국 대학 총장을 초청해 '아시아 교육의 미래'란 주제로 긴급 좌담을 진행했다.

▼이두희 APAIE 회장=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란 말처럼 전 세계가 아시아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아시아의 경쟁력을 책임질 교육의 질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하워드 헌터 싱가포르 경영대 총장=인도 중국 등 동남아 개도국에선 연 9~10%대의 빠른 경제 성장과 더불어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10억명 이상의 산업예비군이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고등교육 수요 역시 우수한 대학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대부분 미국과 유럽 대학으로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우트 자스몬 말레이시아 말라야대 부총장=공감한다. 말레이시아는 선진국 명문 대학과의 교류 · 협력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 정부는 유럽연합(EU) 교육부로부터 250만링깃(약 8억6000만원)의 보조금과 유럽의 앞선 교육 노하우를 전수받기로 제휴를 맺었다. 이 프로그램은 나지브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의 모교인 영국 노팅엄대 말레이시아 캠퍼스가 주축이 됐다.

▼양훙둔 대만 중산대 총장=대만도 한국 대학에 관심이 많다. 대만은 한국처럼 천연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적자원이 더욱 중요하다. 연세대 서강대 한양대 등 한국 사립대학이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것이 놀랍다. 톱10 대학 가운데 6~7개가 사립대인 한국과 달리 대만은 상위 10곳 중 사립대가 한군데도 없다. 한국의 사립대는 성공적인 교육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 회장=인도가 최근 해외 대학에 교육 시장을 개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개방과 글로벌화를 화두로 삼는 대학이 늘고 있는지 궁금하다.

▼자스몬 부총장=말레이시아는 '아시아의 교육 허브(Hub)'를 목표로 교육시장 개방에 대비하고 있다. 앞으로 5년 내 말레이시아를 찾는 외국인 유학생을 현재 1800여명에서 8000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말레이시아는 비즈니스 스쿨과 정보기술(IT) 엔지니어링을 3대 중점 분야로 정하고 관련 교육 서비스 산업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영어 사용 국가인 데다 연간 학비가 600달러(학부 기준)로 싼 게 큰 장점이다. 또 여러 인종과 종교가 섞인 다문화 사회여서 유학생들이 어렵지 않게 현지 문화에 적응할 수 있다.

▼양 총장=대만에선 글로벌화가 대학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출산율 감소로 학생 수가 줄면서 피말리는 경쟁에 노출돼 있다. 대만 대학들은 국내를 넘어 세계 대학으로 성장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대만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해 올해 총 200만달러를 20여개 대학에 지원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회장=아시아 교육 선진화를 위해 올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양 총장=G20 정상회의가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국가 간 인재 교류의 문턱을 낮추는 대책이 나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외국인 학생에게 자국 학생보다 더 비싼 학비를 받거나 장학금 수여 기회를 주지 않는 등의 차별 요소를 없애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정리=골드코스트(호주) 김미희/김동욱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