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하게 요기할 수 있는 즉석밥, 누구나 한번쯤 드셔보셨을텐데요. 이 즉석밥을 만들기 위해 하루에 수도 없이 밥 짓는 남자가 있습니다. 정봉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모니터에 나타난 쌀 한 톨까지 유심히 살펴보는 김종욱 씨. 대기업 식품 연구소에서 일하는 즉석밥 연구원입니다. 김 씨는 우연찮게 즉석밥 연구에 접어들었습니다. 김종욱 CJ제일제당 수석연구원 "제가 학교를 다니다가 군대 제대를 했는데 우연찮게 즉석밥을 먹게 됐어요. 내심 생각하기로는 '공장에서 만든 밥이 다 그렇지'하면서 크게 기대를 안하고 먹었는데 의외로 저희 부모님이 만들어주신 밥만큼 맛있는 거예요. '이런 거 만든 사람은 도대체 누구야'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공부를 그 쪽으로 하다보니까 이런 일을 해보고 싶었고요." 지난 1996년 출시된 후 즉석밥 시장은 1천2백억원 이상의 규모로 해마다 성장을 거듭했고 최근에는 잡곡밥, 덮밥, 죽까지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장 가운데는 김 씨와 같은 밥 전문가들이 있었습니다. 전자렌지에 2분이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즉석밥. 김 씨는 일명 밥 짓는 남자로 통합니다. 이로 인해 해프닝도 많이 겪었다고 말합니다. 김종욱 CJ제일제당 수석연구원 "결혼을 하려고 했는데 처갓집에서 남편될 사람 직업이 뭐냐 그래서 제 아내가 밥하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얘기를 한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처갓집에서 의아해하다가 '식품연구원에서 일하는 연구원이다. 근데 밥을 연구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말을 들으신거죠." 하지만 밥 짓는 남자 김종욱씨에게 가장 힘든 일은 밥을 먹는 일입니다. 소비자 입맛에 맞는 최상을 제품을 만들기 위해 김 씨는 매일 15끼 이상 밥을 먹습니다. 김종욱 CJ제일제당 수석연구원 "밥만 먹어야 된다는 게 너무 힘든거예요. 하다못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김치 이런 것들하고 조금 곁들여 먹으면 그나마 먹을만한데 저희는 밥맛이 굉장히 섬세하고 미묘하기 때문에 다른 것들하고 같이 먹으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밥만 계속 먹어야 되는게 너무 힘들죠. " 즉석밥 연구에만 몰두한 지 어느덧 10년째인 김 씨는 결혼 4년차에 접어들어 26개월된 딸 아이가 있습니다. 최근 인스턴트 식품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에 대해서는 자신의 딸 이야기를 꺼냅니다. 김종욱 CJ제일제당 수석연구원 "환경호르몬이라든지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지금 26개월된 딸아이의 아빠인데 저희집에 가면 저희 아이는 한 16개월부터 즉석밥을 먹었거든요. 즉석밥을 먹었는데 당연히 아빠된 입장에서 아이한테 위해스러운 물질을 먹이는 것은 당연히 막아야 되는 입장인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저희는 안심하고 먹게 되고요." 10년 가까이 밥을 지은 김 씨가 가장 보람을 느낀 일은 지난해 저단백밥을 개발한 일이었습니다. 희귀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쌀에서 단백질을 제거하고 최상의 맛을 내는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김종욱 CJ제일제당 수석연구원 "환아들이 먹고 너무 고맙다고 부모님들한테 연락도 받고, 모임이 있는데 캠프에 가서 환아들이 정말로 밥을 먹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개인적으로 감동도 받고 '내가 이 일을 잘 시작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김 씨는 앞으로도 개발하고 싶은 밥이 많다고 말합니다. 그로 인해 오늘도 누군가를 위해 밥을 짓습니다. WOW-TV NEWS 정봉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