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원하는 그림대로 가고 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 15일 발표된 중국의 1분기 경제지표에 대한 전문가들 평가는 대체로 이렇게 모아진다. 성장률은 11.9%로 3년 만에 최고치지만 지난달보다 0.3%포인트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2.4%)로 인해 과열 우려는 예상보다 심각하게 제기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에만 28%나 치솟은 부동산 버블이 화약고로 남아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금리 인상 등 초강수보다는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올리는 방식으로 비교적 소극적인 통화 환수 정책을 펼 것"(양 소장)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위안화 절상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강화되겠지만 3월의 무역적자 등으로 당장 큰 폭으로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도 지적되고 있다. 이에 반해 외신들은 "강한 회복과 동시에 과열리스크 부각"(월스트리트저널),"더욱 조이는 정책 예고"(로이터통신) 등 과열에 따른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시각이 많았다.

◆'질적인 변화'와 '과열' 논란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고정자산투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수출과 내수가 증가했다는 것'(위샹둥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이다. 지난해 재정에 의존한 대규모 투자가 이끌어낸 '무리한 경기회복'과는 질적으로 내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작년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평균 32%를 웃돌았고,작년 4분기에도 30.5%를 나타냈지만 지난 1분기는 25.6%로 줄어들었다. 이는 올 들어 대규모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면 3월 수출증가율은 전년 동기보다 24.3%로 확대됐다. 1분기 소비증가율은 17.9%로 전년 동기에 비해 2.9%포인트 높아졌다. 3월 소비증가율은 18%를 기록했다. 고정자산 투자 둔화는 수출과 소비가 예상외의 선전을 했다는 의미가 된다. 특히 3월 수입증가율이 무려 66%를 기록하면서 아시아 등 세계의 수출경기 회복에 중국이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부동산이다. 베이징 부동산 가격은 지난달에만 28% 치솟는 등 당국의 진화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열상태다.

양 소장은 "이번 1분기 지표는 고도 성장과 내수 확대,그리고 과잉투자 억제라는 중국 정부의 정책목표가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내수 중심의 성장 구도가 안착될 때까지는 현재의 구도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브레이크를 한번 밟을 것"(박승호 베이징스콜코보연구소장)이란 시각도 만만찮다. JP모건이 3월 물가상승률이 둔화됐지만 5월 이후 연말까지 세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 것은 경제의 성장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에 주목한 결과다.

◆위안화 논쟁도 가열될 듯

중국의 경제 성적표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위안화 절상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위안화 가치를 절상하라고 중국을 협공했다. 버냉키 의장은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 위안화는 수출지향 경제를 촉진하기 위해 저평가돼 있다"고 직접 공격했다. 그는 이어 "중국 경제 인플레이션과 거품에 대응하고,세계경제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중국이 보다 유연한 환율정책을 펴는 게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수장인 그가 재무장관의 현안인 환율 문제를 직접 거론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IMF도 세계경제 전망 반기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이날 공개한 일부 분석을 통해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적절히 다룰 경우 경제성장이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비교적 명확하다. "(위안화 가치를 올리든 안올리든) 중국이 결정할 문제"(원자바오 총리)라는 것.그러나 전문가들은 원 총리가 위안화 문제를 5월 미 · 중 전략경제대화에서 논의하자고 한 만큼 늦어도 6월 초에는 절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위안화를 절상하더라도 3~5% 선에서 머물 것"(짐 언스트 JP모건 중국담당 연구원)이란 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아시아 통화가치도 동반 절상될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스콜코보연구소 박 소장은 "차이나 임팩트로 세계 경기 회복이 빨라지고 있지만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그만큼 차이나 리스크도 커진다"며 "앞으로 세계경제가 안정되느냐 여부는 미국이 얼마만큼 경기 회복에 속도를 내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워싱턴=김홍열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