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동행하는 사람입니다. 남이 아닌 내 가족의 문제로 받아들여 장애인에게'맞춤식' 일자리를 제공해 어디서나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줘야 합니다. "

박천웅 스탭스 대표(사진)는 15일 기자와 만나 "정부나 사회적 기업이 장애인에게 단순히 일자리를 주기에 앞서 어떤 일을 맡기면 좋을지를 먼저 고민하고 적합한 근로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17일 서울 을지로역 서울고용지원센터에서 개최되는 장애인채용박람회는 이러한 인식아래 준비했다"며 "그동안 회사가 쌓아온 채용 관련 노하우를 접목,종전 박람회와 차별화했다"고 설명했다. 민간 취업지원기업 중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장애인채용박람회를 공동으로 열게 된 것은 스탭스가 처음이다. 이 행사는 노동부와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다.

스탭스가 이번 박람회를 개최하게 된 것도 박 대표가 장애인을 뽑으면서 얻게된 교훈이 계기가 됐다. 그는 "현재 회사에서 장애인 2명이 일하고 있지만 채용과정에서 근무환경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 이들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우리만이 아닌 모든 기업의 문제라고 판단해 적극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2850명이 근무 중인 스탭스는 올 연말까지 20~30명의 장애인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장애인을 위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유플러스'를 세웠으며 9월 중 준공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장애인은 체력적으로 장시간 근무가 쉽지 않고 멀리까지 출퇴근하기도 힘들다"며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업무환경을 조성하고 개개인에게 훈련을 통해 맞춤식 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의 편의 증진을 위해 이날 행사에는 지난해보다 2배나 많은 100여명의 안내 및 상담 전문 인력이 배치된다. 이를 위해 서울 본사 및 수원 지사 직원까지 참여해 장애인에게 1 대 1 밀착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박람회에는 정부 공공기관 및 삼성전기,삼성SDS,신세계백화점,분당서울대병원 등 60여개의 대기업이 참여해 생산직,요금정산업무,사무보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애인을 채용할 예정이다.

1998년 설립된 스탭스는 그동안 인력 아웃소싱 및 파견업무를 주로 해오다가 2008년부터 취업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설립 초기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사람을 재산화하고 준비된 사람을 만들자는 '인재화(人材化) 프로젝트'를 개발,운영해왔다. 이 프로그램은 대학과 기업 등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응용,도입되면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숙명여대 취업 · 멘토 프로그램인 '물고기 잡는 법'으로 이어져 7년째 운영되고 있으며 수료생의 취업률은 60~70%에 달한다. 스탭스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커피빈 등 유수 대기업의 채용대행 업무를 맡아왔으며,지난해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사업에서 최우수 운영기관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일부 회사 직원들은 높은 취업률을 내고 있는 박 대표를 '잡 닥터'로 부른다.

박 대표는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에게 교육 및 1 대 1 상담을 하고 이들이 실제로 취업할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해 입사할 수 있도록 매칭시켜왔다"며 "다른 업체와 달리 '취업률 몇%'를 약속하고 구직자를 교육시킨다"고 설명했다.

스탭스는 약수역 사옥 1층에 업계 최초로 취업지원센터를 열어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1 대 1 무료 취업상담을 해주는 등 '지역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1978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회장비서실 감사팀,삼성전자 전략기획실 부장 및 첨단기술센터장 등을 거쳤다. 1998년 삼성전자에서 분사해 근로자파견사업을 시작했다. '프로답게''CEO 1분 산책''신입사원 이강호''왜 어제처럼 사는가' 등을 출간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