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012년 제2차 핵안보 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 개최국으로 확정된 가운데 러시아가 내년 정상회의 유치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14일 뒤늦게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 2차 세션에서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당시 회의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렇게 중요한 회의를 2년에 한 번 여는 것보다 매년 개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내년 회의를 러시아가 유치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탈리아 등 1~2개국 정상이 찬성 의사를 밝혔으나 회의를 주재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말에 각국 셰르파(사전교섭대표) 회의에서 논의해 보자"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번 회의 후 참가 정상들이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차기 핵안보 정상회의를 2012년 대한민국에서 개최한다"는 문구가 들어갔으며 러시아의 유치 의사는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제안에 대해 연말 셰르파 회의에서 한 차례 논의키로 함에 따라 여기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공동성명에 차기 개최지로 우리나라가 명시된 만큼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가 유치 의사를 강력하게 희망했을 만큼 핵안보 정상회의는 국제적으로 비중 있는 행사"라며 "이를 우리가 유치한 것은 새로운 국제질서를 주도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귀국길에서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 기착하던 중 이번 미국 방문길에 첫 탑승한 전용기의 조종석에 직접 들러 기장을 격려한 뒤 수행기자들과도 차기 핵안보 정상회의 유치 성과 등을 주제로 환담했다.

워싱턴=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