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민관철강협의회.양국 철강담당 과장과 철강업계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의 핵심 이슈는 '철광석 메이저 3사'였다. 브라질 발레와 호주 리오틴토,BHP빌리턴 등 세계 3대 철광석 공급업체가 최근 철광석 장기공급가격을 작년보다 90% 인상키로 하면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양국 모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리오틴토와 BHP빌리턴의 합작회사 설립 추진건도 민감한 이슈였다. 양국은 급격한 철광석 가격 인상과 합작사 설립에 따른 경쟁 제한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철강 생산국 간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 유럽연합(EU) 측과도 비슷한 협의를 했고 조만간 중국과도 양자 협의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메이저 철광석 업체들의 가격 인상 시도에 맞서 중국 일본 EU 등 주요 철강 생산국과 국제 공조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지경부 주도로 매년 열리는 한-일,한-중,한-EU 민관철강협의회에서 철광석 가격 급등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중국과 EU의 태도는 훨씬 강경하다. 중국철강협회는 지난 5일 자국 철강업체와 수입상사에 '철광석 빅3'로부터의 수입을 2개월간 중단하도록 권고했다. 유럽철강협회는 '빅3'에 대해 가격 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조사를 요청했다.

리오틴토와 BHP빌리턴의 합작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철강업계의 요청에 따라 합작회사의 경쟁 침해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중국 일본 EU의 경쟁당국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준하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각국 경쟁당국의 결론은 유사할 것"이라며 "합작회사 설립건에 대해 (다른 나라와)비슷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철강 생산국들이 이처럼 공조에 나서는 것은 철강 원료 가격 인상이 단순히 철강업체에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동차 조선 플랜트 등 철강재를 쓰는 산업 전반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철광석 메이저들은 또 철광석과 함께 공급하는 유연탄 가격도 전년 대비 55%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 진행되던 철광석과 유연탄 장기 공급계약 기간도 앞으로 분기별로 바꾸기로 했다. 분기 계약으로 할 경우 현물시장의 가격 상승이 곧바로 반영되기 때문에 철강업체로선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 현재 현물시장에서 철광석 가격은 t당 170달러를 돌파해 장기계약가격 전망치(105~110달러)보다 높다.

문제는 철광석 업체들의 가격 결정력이 세다는 점이다. 세계 3대 철광석 메이저는 세계 시장의 62%를 장악하고 있다. 반면 철강업체는 세계 상위 10대 업체의 점유율이 28%에 불과하다.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포스코 신일본제철 등 굴지의 철강업체들이 이미 상당수 메이저 철광석 업체의 요구를 들어주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철강생산국의 국제 공조가 '말잔치'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주용석/서기열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