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랠리냐, 조정이냐.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에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바이 코리아' 행진을 이어가던 외국인들이 매도세로 돌아선 가운데 증시 상승을 이끌 동력으로 '어닝 서프라이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2일 성적표를 공개한 유통업체 신세계를 시작으로 국내 주요기업들이 줄줄이 1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 실적 전망치 '이보다 좋을 수 없다' (표) 국내 주요기업 1분기 실적발표 예정일 증권사들은 13일 실적을 발표하는 포스코의 1분기 영업이익이 1조5천29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310%나 늘어난 규모다. 매출액도 같은 기간 10.7% 증가한 7조1천6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동률이 회복되고 제품가격이 상승하면서 전년대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관측됐다. 경기 회복세에 환율 하락까지 겹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대한항공도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 증권업계는 여객과 항공 화물 수요가 모두 증가하면서 대한항공의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00~3600%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수요 회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티켓 가격이 높은 3D영화 흥행과 관람객 증가로 중장기 외형성장이 예상되는 CJ CGV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와 대한항공은 각각 13일과 14일 실적을 발표하고, 15일에는 모두투어와 한국제지, 16일 하나금융지주, 17일에는 CJ CGV가 1분기 성적표를 공개한다. 4월 넷째주에는 대림산업과 GS건설, LS화학, LG생활건강, GS홈쇼핑, 글로비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있다. 특히 4월 22일에는 현대차와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엔지니어링 등 굵직한 기업의 실적이 줄줄이 발표된다. ◇ 은근한 기대감.. '시장을 놀래켜 봐' 시장에는 기업들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개선된 실적을 내놓을 것이라는 '은근한 기대감'이 퍼져있다. 올해 우리 경제가 5%대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세계 경기도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실적 호조가 예상되는 일부 기업들의 주가는 이미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다. SK증권은 1분기 국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20조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4분기보다 48%나 늘어난 수준이다. 1분기 중 자동차와 IT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인데다 환율 하락으로 항공, 여행업종 매출도 크게 늘면서 기업들의 실적 호전을 이끌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2월까지는 유럽 재정위기 불안에 위안화 절상 이슈까지 터져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약해졌었지만, 지난달부터는 어닝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도 속속 실적 전망치를 상향, 종목 목표주가를 올려잡기 시작했다. 증권 시장에서는 '서프라이즈' 수준의 기업 실적이 이어진다면 증시가 상승랠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기대가 과하면 실망도 큰 법 신세계는 올해 들어 3월까지 분기 기준으로 최대 매출을 올렸다. 1분기 총 매출은 3조5천2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9% 늘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4.8% 증가한 2천411억원. 2천420억원 이상을 내다본 시장 전망치에는 조금 못미치는 규모다. 그래서인지 4월 초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신세계 주가는 실적이 발표된 12일에는 0.3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앞서 6일 실적 잠정치를 내놓았던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였다. 매출 34조원, 영업이익 4조3천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증시에선 쓴 맛을 봐야했다. 잠정 실적 발표 전날까지 최고가를 연일 갈아치우던 삼성전자 주가는 성적표를 공개한 6일 장중에 87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런데 이내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몇일동안 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12일에는 하루만에 3%나 하락, 83만원까지 내려앉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실적 기대감이 이미 반영된 기업들은 발표에 앞서 랠리를 이어가다 실적 공개 이후 조정을 받기 쉽상"이라고 지적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놓은 탓도 있지만 환율 하락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낙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한화증권은 "실적 기대감이 이미 반영된 시장 주도주들은 어닝시즌에 상대적으로 상승탄력이 약한 소외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시장 전체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1분기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공개한다 해도 수출기업의 경우 밑 뚫린 듯 하락하는 환율이 불안요소로 꼽히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해 1천110원대 초반까지 내려오면서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적 기대감도 좋지만 그 기대감을 오래 오래 실현시켜 줄 기업인지, '멀리 보고'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분기 실적에 혹하기 보다는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를 따져보고, 변수가 적고 지속 성장이 가능한 기업에 투자하라는 지적이다. 채주연기자 jycha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