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서양 조총 받아들인 섬, 위성 발사 초기 4번 연속 실패 현장
내년 한국 '아리랑 3호' 발사
조총의 전래지 다네가시마는 지금은 일본 우주개발의 전초기지로 변신했다. 섬 남단의 해안도로를 자동차로 달리면 대형 송전탑처럼 우뚝 솟은 로켓발사대가 눈에 들어온다. 1968년 설립된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로켓발사장)다. 대형 로켓 발사대 2곳과 로켓 조립공장,통제센터,위성영상 · 데이터 관측소,우주전시관 등이 들어서 있다.
발사대로 향하는 입구의 우주전시관엔 지난 50여년간의 일본 우주항공산업 발자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1954년 당시 맥아더 사령부의 허가를 받아 도쿄대에서 만든 지름 1.8㎝,길이 23㎝,무게 175g의 실험용 '연필 로켓'부터 일본이 자랑하는 최첨단 H2B로켓까지 모형과 일부 실물이 전시돼 있다. 미와다 마코토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홍보그룹장은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는 단순한 로켓발사장이 아니라 우주를 향한 일본의 꿈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인공위성 기술 중국보다 앞서
일본은 우주 강국이다. 러시아 미국 프랑스에 이어 1970년 세계 네 번째로 자체 제작한 위성 '오오스미'를 우주궤도에 올려놓았다. 군사대국 중국보다 앞선 것이다. 1998년엔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로켓을 100% 국산화했다. 지금은 H2A와 H2B 등의 로켓으로 러시아와 상업적 경쟁을 벌일 정도다. 내년 발사될 한국의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3호'의 발사 대행도 러시아와 경쟁을 거쳐 따냈다.
일본의 로켓 발사 성공률은 세계 1,2위를 다툰다. 2001년 이후 10년간 모두 16기의 인공위성 로켓을 발사해 단 한 번만 실패하고 15번 성공했다. 94%의 성공률이다. 이는 오랜 노력의 결실이다. 일본이 로켓을 본격 연구하기 시작한 건 1965년.도쿄대 생산기술연구소와 항공연구소 등이 통합해 우주항공연구소로 출범하면서부터다. 일본 정부는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를 건설하고, 1969년엔 JAXA의 전신인 우주개발사업단(NASDA)을 발족했다. 초대 이사장 시마 히데오는 신칸센 개발자였다.
일본이 미국 기술로 만든 1단 로켓에 일본산 2단 로켓을 달아 'N-1로켓 1호기'를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한 건 1975년 9월.한국의 나로호가 러시아제 1단 로켓에 국산 2단 로켓을 장착했다는 점에서 오는 6월 재발사에 성공하더라도 일본에 35년이나 뒤진 셈이다.
◆목표는 유인우주선
우주를 향한 일본의 다음 목표는 유인우주선 발사다. 이를 위해 최근 연구실을 만들고 우주선을 대기권 안으로 귀환시키는 연구를 시작했다. 사카즈메 노리오 다네가시마우주센터 소장(58)은 "정부 의지만 있으면 10년 이내에 유인우주선을 쏘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물론 일본의 우주산업이 탄탄대로였던 것만은 아니다. 취재에 동행했던 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일본도 1970년 첫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기 직전 네 번 연속 로켓 발사에 실패했다"며 "그럼에도 국민들의 인내와 정부의 지속적 지원으로 우주 강국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주개발은 한 나라의 산업기술 경쟁력과 직결돼 있다. 일본의 로켓 제작회사인 미쓰비시중공업 관계자는 "우주 로켓이야말로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라며 "탄탄한 기초과학과 고도의 산업기술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로켓 개발 때도 인공위성 덮개는 세라믹 공학이 강한 일본 기업에 맡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네가시마(일본)=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