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증시, 외국인은 사겠다는데…
"비중을 줄일수 밖에 없어요. 펀드가 환매되기도 했고 환매를 대비해 미리 현금화시켜야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9일 A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의 애기다. 펀드환매세에 못이겨 자산운용사들도 보유종목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 다시말해 기관들이 주식을 내다 파는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에서는 자산운용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매도한다는 공시를 적잖이 볼수 있다.
어떤 종목은 담고 어떤 종목은 덜어낸다면 '투자전략'이라고 볼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들이 골고루 종목들을 덜어내고 있다.

'주가상승→펀드환매→기관매도→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코스피 지수가 1700선을 돌파하면서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펀드환매로 국내주식형펀드에서는 자금이 빠르게 빠지고 있다. 4월들어 빠진 자금만도 1조8301억원에 달한다. 올해들어 3조9874억원의 자금이 이탈하는 등 4조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갔다. 일부에서는 1700선에서 6조원 이상 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등 펀드의 환매세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펀드환매를 막기위한 대책을 정부당국에게 요구하고 투자자들을 교육하겠다고 나섰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이와 같이 개인과 기관이 앞다투어 주식시장에서 썰물처럼 자금을 빼고 있는 반면, 외국인은 매수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는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3월에 5조3270억원, 4월에 2조3955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됐다. 4월 들어 일평균 3993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과 비교되는 대만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은 4월에만 약 2조300억원을 순매수했다.

글로벌 이머징마켓 펀드(GEM) 등 한국관련 4개 뮤추얼펀드로도 7주 연속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 기간동안 유입된 자금은 총 139억달러(한화 15조6000억원)에 달하는 등 달러자금은 순유입세를 지키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해부터 '바이코리아'를 주장해왔다. 1600선에서 박스권 공방을 펼칠 때에나 1700선을 넘어선 최근에도 이 같은 입장은 변함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증권사 IB부문 관계자는 "한국에 대한 투자는 달러 약세나 선진국 투자의 대안투자가 차원이 아니다"라며 "한국은 올해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왔고 투자비중도 늘리기로 작년부터 계획됐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크레디트스위스는 2분기에 코스피 지수가 1900선을 기대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모간스탠리증권도 올해 코스피 시장은 1900선까지 오를 수 있으며 3분기에 피크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을 고수했다.

양성락 블랙록자산운용 한국대표는 "미국 본사차원에서 올해 세계증시는 그라인딩 불마켓(grinding bull market)이 될 것으로 전망해왔다"며 "맷돌을 돌리듯이 힘들 수는 있겠지만 상승장을 이어간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악재를 만나면 주가가 조정을 받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이를 극복하고 오름세를 보인다는 전망이다.

마주옥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외국인의 매수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대량환매로 ‘펀드런’ 우려도 있지만 최근 국내 부동자금 증가와 유동성 보강, 추가적인 주가상승 가능성 높아지며 환매규모는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