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고에서 생존한 장병들이 지난 7일 깁스를 하거나 목발을 짚은 채로 기자회견에 나선 것과 관련,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건강이 채 회복되지도 않은 환자복 차림의 장병들을 무리하게 끌어냈다는 이유에서다.

군 당국은 7일 국군수도병원에서 생존장병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천안함 함장인 최원일 중령을 제외한 생존자 56명 전원은 상부의 지시에 따라 환자복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서야 했다.

이 같은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후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물론, 당국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사고의 충격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장병들을 무리하게 끌어낸데다가 이들의 환자복 차림이 군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부상 정도가 심한 장병은 신발도 제대로 못 신을 정도"라며 "옷차림이 뒤섞이면 ‘보기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모두 환자복 차림으로 통일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생존 장병의 고통을 강조해 군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고 한 것으로 보이지만 되레 ‘자충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생존장병의 기자회견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시민은 "마치 군이 시민들에게 동정을 호소하는 것 같다"며 "불려나온 장병들만 불쌍하다"고 지적했다.

'부상한 장병이라도 전투복이나 정복 차림으로 공식 석상에 임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한미군 한 장교는 이에 대해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바른 옷차림을 할 수 없는 장병들을 제외하고 소규모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게 더 낫지 않았겠냐"는 의견을 내놨다.

우리 군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다. 침몰 사고 발생시각 논란이 제기되고, ‘존재하지 않는다’던 열상감시장비(TOD) 녹화 영상이 뒤늦게 공개되는 등 우왕좌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GH코리아가 최근 만 19세 이상 국민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군과 정부의 천안함 침몰사고 관련 발표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23.1%에 불과했다. ‘대응이 만족스럽다’고 대답한 비율도 15.6%에 그쳤다.

한경닷컴 경제팀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