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 신한 · 우리 · 하나 등 금융지주회사들이 알맹이 없는 '성과보상체계 개선안'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은 최고경영자(CEO) 등에 대한 성과급의 50% 이상을 주식이나 주식연계상품으로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지침에 난색을 표시했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4개 금융지주회사들은 금감원의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에 따라 지난달 성과보상체계 개선안을 금감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없으며 원론적인 의견만 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 · 우리 · 하나는 성과급 이연 비율이나 이연 기간,주식 등 성과 연동형태 지급 비율 등을 모범규준에 제시된 수준으로만 열거했을 뿐 언제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KB금융만 컨설팅 회사에 용역을 의뢰해 기본급，단기성과급,장기성과급 등을 나눠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은행권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의 내용이 애매하게 표현돼 있어 각 문구들이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파악하는 데만 한달이 걸렸다"며 "성과급 이연 지급 비율이나 주식 지급 비율 등 이사회에서 결정돼야 할 수치들을 한 두달 만에 결론지어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시간이 촉박해 '면피용' 개선안을 제출했다는 설명이다.

우리금융은 특히 성과급 지급 방식에 대해 무조건 금감원의 모범규준을 따를 수 없으며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005년 황영기 전 회장에 대한 '스톡옵션 파문' 때문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2005년 3월 황 전 회장(25만주) 등 주요 임원에게 163만여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가 예보의 반대로 황 전 회장이 스톡옵션을 반납한 경험이 생생하다"며 "그런 만큼 경영진에게 스톡옵션을 줄지 여부는 예보와 협의를 거쳐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우리금융으로서는 금감원의 모범규준을 따르자니 예보의 '방침'을 어기게 되고,예보를 따르자니 금감원의 모범규준을 어기는 난감한 상황에 처한 셈이다. 금감원은 지난 2월 은행연합회와 함께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을 만들어 CEO 및 고액연봉을 받는 트레이더 등에게는 성과급의 60% 이상을 3년 이상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동시에 성과급의 50% 이상을 주식 혹은 스톱옵션(주식매입선택권) 등으로 주라고 권고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