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개념 등 설명 위주 탈피…경제신문·인터넷 적극 활용
재미없다는 선입관 해소 가능
중 ·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가 시장경제 체제의 장점을 소홀히 다룬 반면 정부 개입의 필요성은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하반기 집필에 들어가는 새 경제 교과서(2012학년도 채택)는 시장 기능과 기업 활동의 중요성을 잘 설명하는 방향으로 서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식 전달보다는 비판적 사고력과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경제 교육의 목표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 개입 지나치게 강조"
김정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석연구위원은 7일 한국경제교육협회가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좋은 경제 교과서 만들기' 세미나에서 "현행 경제 교과서는 시장경제와 기업 활동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드러낸 부분이 많아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개념 설명의 오류뿐만 아니라 저자의 주관적 해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시장경제의 역사적 우월성과 기업 활동 및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은 소홀히 다루고 정부 주도 및 시장 개입의 필요성은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소득과 부의 양극화를 초래한다든지 경제활동의 자유가 계급 간 대립을 격화시킨다는 등 시장경제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킨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기업이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거나 자선활동 등을 통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식의 서술은 기업의 본질과 존재 의의에 대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화에 대해서도 자유무역으로 빈곤과 불평등이 더 심해진다는 등 편향된 시각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송태회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연구위원은 "교과서 서술에서는 이념 편향적인 내용을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저학년은 경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으로,고학년은 금융생활과 경제 이론에 관한 내용으로 교과서를 구성하면 좀 더 체계적인 경제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교육 교재로 신문 유용"
김진영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지식 전달보다 비판적 사고력과 합리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심어주는 것이 경제 교육의 목표가 돼야 한다"며 "교과서도 이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경제 교과서는 늘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지적을 받는다"며 "단순한 지식 전달에 치중해 이론에 대한 서술로 일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루한 설명보다는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사례를 통해 경제 개념이나 원리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교과서 외에 신문이나 인터넷 사이트 등을 경제 교육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의 이론에 근거해 만든 교과서만으로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경제 환경과 복잡한 경제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윤광원 미래엔컬처 상무는 "좋은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과서 제작사와 집필진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며 "여기에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규승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위원은 "변화하는 학습 환경에 맞게 교과서의 체제나 기술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교육협회는 기획재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 중인 새 경제교과서 개발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모으기 위해 이날 세미나를 개최했다. 협회는 경제교육 확산을 목적으로 2008년 설립됐으며 재정부 교과부 등 관계 부처 1급 공무원들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