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세계에도 인격적 수준이 있다. 소인배는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하다. 군자는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하다.

기업 경영자로 볼 때는 갑(甲)에게 강하고 을(乙)에게 약해야 군자요, 멋진 경영자다. 분명 쉽지 않다. 그러나 방법이 있다. 강한 자에게 강하기 위해선 품질이나 납기 등에서 흠을 잡히지 말아야 한다. 불법적인 거래엔 절대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때로는 자존심도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이게 어려웠다. 초우량 기업들이 전세계를 상대로 부품을 조달(sourcing)하는 글로벌 시장이 펼쳐지면서 사정이 나아졌다.

사실 더 어려운 것은 을에게 잘해주기다. 이게 훨씬 쉬워보이지만 실천하는 사람들이 적다. 생각해보라. 상대방인 을이 숙이고 들어오기 때문에 괜히 우쭐하는 기분이 되고, 이게 버릇이 되면 고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약한 자를 배려하고, 을과 동반 성장하려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전직원이 무의식 중에도 자연스럽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이왕이면 미국의 홀푸드(Wholes)가 했듯이 '상호의존 선언문' 같은 것을 만들어 명문화해놓는게 좋다.

왜 파트너가 이다지 중요할까. 바로 이들이 '빅마우스(big mouth)'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파트너와는 원래 신뢰로 맺어진 사이이기 때문에 이들이 시장에 전하는 것이 바로 해당 기업의 신뢰지수가 된다. 은행들도 특정 업체의 신인도를 점검하기 위해 협력업체를 방문하기도 한다.

아무리 마케팅을 잘 해도, 아무리 홍보를 잘 해도 그 기업을 가장 잘 아는 파트너들이 내뱉은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마음을 잡는 멋진 경영자가 될 것인가, 파트너를 쥐어짜는 3류기업이 될 것인가.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