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한 후배 교수가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필자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섬에서 자라난 자신은 학교 무상급식을 통해 이전까지 집에서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먹어볼 수 있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래서 만약 무상급식을 했을 경우 소요예산이 얼마가 되는지를 그에게 물었더니 대략 300억원 정도면 되지 않겠느냐고 대답해 그 실상과 폐해를 말해 준 경험이 생생하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많은 유권자,학부모들이 이와 같이 학교 무상급식과 관련해 긍정적인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는 듯하다. 우선 초 · 중등학생 두 자녀를 둔 학부모의 경우 학교급식을 무상으로 하게 되면 월 약 7만~8만원 정도의 생활비가 절약되기 때문에 그 유혹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민주당을 포함해 좌파 정당들이 일제히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공짜 점심'은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신이 담세(擔稅)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현재 저소득층의 경우 이미 무상으로 학교에서 급식을 제공받고 있으며 그 수혜 범위는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상급식이란 허상에 깃든 문제점을 세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비용과 현실성의 문제이다. 만약 초 · 중등학생 전원에게 무상급식을 할 경우 소요되는 예산은 약 3조원으로 추정된다. 전체 예산의 1%가 넘는 데다 경상비에 포함된 관련 예산을 고려하면 소요재정은 더 늘어난다. 필자가 추정한 이 수치보다 작은 약 2조원이 소요된다는 일부 주장을 수용하더라도 이 예산이면 매년 신규 교사 7만 명을 추가로 채용하거나 항공모함 1척을 건조할 수 있다. 결국 다른 교육예산을 전용할 수밖에 없거나 세 부담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둘째, 무상급식은 효율성과 사회정의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들에게 부모 소득에 관계없이 공짜 점심을 준다는 것은 급식 효율성 자체를 떨어뜨린다. 또 무상급식이 정의롭지 못한 점을 비유하자면 승용차와 택시를 탈 여유가 있거나 타야 할 사람들에게 이를 타지 못하게 하고서 강제로 지하철을 무상으로 타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은 지하철을 탈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 몽땅 전담케 하는 해괴한 모양이 된다. 그리고 일단 시작된 무상급식 정책은 종국에 가서 그르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이를 철회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셋째, 이번 지방선거 쟁점으로 떠오른 무상급식 공약을 놓고 무상급식의 부당함을 알리고 설득하기보다는 눈치보기에 급급한 관계당국과 한나라당의 대응방식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서인지 눈치보기에 급급해 무소신에 가깝다.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을 하지 않으면 부자와 서민 자녀들을 차별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부자에게 무상급식하는 것은 재원 '낭비'라는 소극적이고 소신 없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있는 아이,없는 아이 차별하지 않고 대우하는 것이 전문직으로서 교사들의 소임이다.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에 빠진 전형적인 좌파 정책이다. 따라서 무상급식의 폐해는 모든 재화와 경제수단을 국유화한다는 데 있다. 좌파노선을 반대한다면 당당하게 무상급식 정책 의도는 경제수단의 국유화에 있기 때문에 다음 전략은 교복,교통비 무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일이다. 2006년 학교급식법 개악으로 학교급식 직영 의무화(본지 2006년 6월30일자,2008년 10월10일자 시론)가 결국 무상급식의 전초전이었음을 상기시켜야 한다.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것은 소신이 없기 때문이다. 눈치 보기에 급급하면 소신도 실종되지만 유권자 지지도 함께 실종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정래 < 부산교대 교수ㆍ교육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