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잃어버린 '팍스 자포니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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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절상·종신고용제가 원인
미·중 환율전쟁 결과 주목해야
미·중 환율전쟁 결과 주목해야
1980년대만 해도 머지않아 일본이 미국을 추월해 팍스 자포니카(Pax Japonica)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던 일본이 90년대에는 '잃어버린 10년'의 세월을 보내더니 그 후 2000년대 들어서도 거의 디플레이션과 제로 성장에 머무르는 수모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만큼은 2007년에 2105억달러를,경제위기가 있었던 2008년에도 1566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선전 중이며 환율은 계속 떨어져 1달러에 90엔대 초반 수준에 와 있다. 경제는 침체를 계속해도 엔화의 절상효과를 반영, 달러 기준 소득은 증가해 1990년에 1인당 2만4500달러에서 2008년에는 3만9700달러로 대폭 높아졌다. 달러 기준으로는 파이가 계속 커지고 배도 불러지는 상황이어서 일본인들의 후생이 증가해 흐뭇해 할 수도 있으나 최근의 일본 경제는 과거 잘 나갈 때와는 사뭇 다르게 흔들리고 있다.
국가부채가 GDP의 200%에 가까워 국가신용도는 위험수위에 와있고 그동안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소니의 지난해 4분기 이익은 우리나라 삼성전자 이익의 40% 수준에 불과하며,반도체로 명성을 날렸던 도시바 역시 삼성전자에 크게 밀리고 있다. 최근에는 기세등등하던 도요타마저 홍역을 치르고 있고 과거 잘 나가던 일본항공은 파산을 하는 등 일본경제가 여러 곳에서 흔들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두 가지 요인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첫째는 미국이 엔화의 지속적인 절상을 강요한 것이 일본 경제를 목 조르게 했다. 엔화 환율은 1971년 닉슨 쇼크로 1달러 360엔에서 308엔으로 절상됐고 그 후 플라자 합의를 통해 또다시 절상된 이후 계속 떨어져 현재에는 닉슨 쇼크 이전에 비해 4분의 1 수준인 90엔대 초반에 와 있다.
그래도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니 별 문제가 없다고 할지 모르나 환율에 아무리 강한 일본 경제라도 버티는 데에는 역부족이 아닐 수 없다. 일본 경제는 원료만을 수입해 소재를 만들고 부품과 완제품을 다 만들어 내는 원세트 경제이므로 수입에서 만큼은 환율의 절상효과를 볼 수 없게 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환율이 과도하게 떨어진 상태에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부가가치율이 높고 첨단 제품들을 만드는 중소기업은 그런대로 버틸 수 있겠지만 대규모의 조립산업은 존립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현재 일본 경제가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하는 것은 수많은 세계적인 중소기업들이 존재한다는 점과 90년대 이후 임금인상을 자제해온 덕분이다.
둘째는 일본이 금과옥조로 삼아온 종신고용제도가 개방화 내지 세계화 시대에 걸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경제의 상징처럼 되어온 종신고용제도는 과거와 같이 세계시장이 완전 개방되지 않은 경우엔 나름대로 장점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무한경쟁시대에는 지탱하기가 어렵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필연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력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는데 종신고용제도를 지키는 한 구조조정이 어려워 국제경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 대기업들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뼈를 깎는 강력한 구조조정 덕분에 지금과 같은 튼실한 이익구조와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으로 미뤄보아 유추할 수 있다.
지금 미국은 중국과 또 다른 환율전쟁을 시작하고 있는데 과연 일본과 같이 호락호락 먹혀들어갈지 의문이다. 아마도 일본과는 달리 힘겨운 싸움이 될 것 같다. 만일 미국이 일본과의 환율전쟁에서 승리한 것과 같이 중국과의 싸움에서도 승리한다면 중국 경제도 일본이 간 길을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재철 < 서울시립대 명예교수·경제학 >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만큼은 2007년에 2105억달러를,경제위기가 있었던 2008년에도 1566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선전 중이며 환율은 계속 떨어져 1달러에 90엔대 초반 수준에 와 있다. 경제는 침체를 계속해도 엔화의 절상효과를 반영, 달러 기준 소득은 증가해 1990년에 1인당 2만4500달러에서 2008년에는 3만9700달러로 대폭 높아졌다. 달러 기준으로는 파이가 계속 커지고 배도 불러지는 상황이어서 일본인들의 후생이 증가해 흐뭇해 할 수도 있으나 최근의 일본 경제는 과거 잘 나갈 때와는 사뭇 다르게 흔들리고 있다.
국가부채가 GDP의 200%에 가까워 국가신용도는 위험수위에 와있고 그동안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소니의 지난해 4분기 이익은 우리나라 삼성전자 이익의 40% 수준에 불과하며,반도체로 명성을 날렸던 도시바 역시 삼성전자에 크게 밀리고 있다. 최근에는 기세등등하던 도요타마저 홍역을 치르고 있고 과거 잘 나가던 일본항공은 파산을 하는 등 일본경제가 여러 곳에서 흔들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두 가지 요인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첫째는 미국이 엔화의 지속적인 절상을 강요한 것이 일본 경제를 목 조르게 했다. 엔화 환율은 1971년 닉슨 쇼크로 1달러 360엔에서 308엔으로 절상됐고 그 후 플라자 합의를 통해 또다시 절상된 이후 계속 떨어져 현재에는 닉슨 쇼크 이전에 비해 4분의 1 수준인 90엔대 초반에 와 있다.
그래도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니 별 문제가 없다고 할지 모르나 환율에 아무리 강한 일본 경제라도 버티는 데에는 역부족이 아닐 수 없다. 일본 경제는 원료만을 수입해 소재를 만들고 부품과 완제품을 다 만들어 내는 원세트 경제이므로 수입에서 만큼은 환율의 절상효과를 볼 수 없게 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환율이 과도하게 떨어진 상태에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부가가치율이 높고 첨단 제품들을 만드는 중소기업은 그런대로 버틸 수 있겠지만 대규모의 조립산업은 존립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현재 일본 경제가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하는 것은 수많은 세계적인 중소기업들이 존재한다는 점과 90년대 이후 임금인상을 자제해온 덕분이다.
둘째는 일본이 금과옥조로 삼아온 종신고용제도가 개방화 내지 세계화 시대에 걸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경제의 상징처럼 되어온 종신고용제도는 과거와 같이 세계시장이 완전 개방되지 않은 경우엔 나름대로 장점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무한경쟁시대에는 지탱하기가 어렵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필연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력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는데 종신고용제도를 지키는 한 구조조정이 어려워 국제경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 대기업들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뼈를 깎는 강력한 구조조정 덕분에 지금과 같은 튼실한 이익구조와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으로 미뤄보아 유추할 수 있다.
지금 미국은 중국과 또 다른 환율전쟁을 시작하고 있는데 과연 일본과 같이 호락호락 먹혀들어갈지 의문이다. 아마도 일본과는 달리 힘겨운 싸움이 될 것 같다. 만일 미국이 일본과의 환율전쟁에서 승리한 것과 같이 중국과의 싸움에서도 승리한다면 중국 경제도 일본이 간 길을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재철 < 서울시립대 명예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