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식목일이다. 나무를 심자는 많은 캠페인들이 있지만 필자는 아이가 태어난 기념으로 엄마 · 아빠가 나무를 심고,또 그 아이가 자라서 함께 나무를 키워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나무가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풍성한 열매를 맺듯이,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꿈을 풍성하게 키워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무를 심는다고 한다. 이를 '꿈나무 심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꿈나무 심기를 보면서 불현듯 하고 싶은 일이 떠올랐다. 귀여운 손자 녀석을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필자에게는 자녀가 둘인데,사업을 시작할 때 일에 몰두하다 보니 새벽에 들어갈 일이 많아 자녀들이 성장하는 것을 제대로 지켜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자라준 아이들과 사랑으로 잘 키워준 아내에게 이 지면을 빌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은 씨앗과 같다. 씨앗 속에는 뿌리가 들어 있고,열매도 들어 있다. 하지만 씨앗은 가능성일 뿐이다. 좋은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씨앗을 좋은 땅에 심어야 하고,풍성한 열매를 머금은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잡초도 뽑고 거름도 주면서 돌봐주어야 한다.

아이들을 훌륭한 꿈나무로 키울 수 있는 옥토는 다름아닌 책을 읽을 수 있는 집안 환경이다. 책이 많은 가정의 분위기,책 읽는 아빠의 모습,엄마에게 받은 책 선물,책과 관련된 칭찬 한마디,좋아하는 주인공이 생겼을 때의 감동,이런 것들이 아이에게 책과의 친밀도를 높여 주고 독서 습관을 길러준다. 필자가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 주고자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다음은 잡초를 뽑고,거름도 주면서 돌봐주는 단계다. 책 읽는 습관이 형성될 수 있도록 매일 동기를 부여하거나 읽어주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매일 읽는 것'은 '매일 두뇌를 훈련하는 것'이다. 독서를 통해 훈련된 두뇌는 어휘력과 이해력 · 수리력과 같은 1차 지능은 물론 판단력 · 사고력 · 응용력 등 2차 지능,논리력 · 창의력 등 3차 지능까지 발달시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매일 읽어주는 것이 주는 더 큰 기쁨은 우리 아이가 '행복한 아이'로 자랄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엄마 · 아빠의 무릎에서 부드러운 부모의 목소리를 통해 느끼는 정서적인 풍요로움은 세상을 행복하고 자신감있게 살아가는 힘이 된다. 하버드 졸업생들의 인생을 추적해 행복의 조건을 설명한 조지 베일런트의 책에서도 어린 시절 부모와 어떠한 관계를 맺었느냐가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돼 있다. 아이에게 인간관계의 뿌리가 되는 믿음과 사랑에 대한 다양한 정서적 표현 역시 부모를 통해 처음으로 배우게 된다.

식목일인 오늘.아이와 함께 손잡고 한 그루 나무를 심고 왔다면,오늘 저녁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아이의 마음에 꿈의 씨앗을 심어주는 것은 어떨까?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chang@kyow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