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버블 논란은 우리나라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었다. 전세계적인 현상이었다.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FRB(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IT(정보기술) 버블이 꺼진 2000년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낮추면서 오름세를 타기시작했다.

기술주를 모아놓은 주식시장인 코스닥지수와 같은 격인 미국의 나스닥지수는 2000년 3월 10일 장중 5132.52를 기록,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당시엔 혁명적으로 보였던 인터넷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덕분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반 뒤,인터넷 시대에 대한 청사진이 기대감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나스닥지수는 5분의 1 수준인 1100대로 주저 앉았다.

자국민들의 자산가격이 5분의 1로 급감하자 미국 정부는 경기 부양책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2001년 연 6%를 넘었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서서히 낮아졌고,이듬해인 2002년엔 연 2% 아래로까지 떨어졌다. 금리는 2005년까지 계속 떨어지면서 연 1%대를 기록하는 등 저금리 기조가 유지됐다. 통상 금리를 낮추고 돈을 찍어내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생기게 마련인데,중국의 저가 공산품이 밀려들어오면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않은 게 미국 정부로선 다행이었다.

이렇게 넘친 달러는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수출국가들에 곧바로 흘러갔다. 전세계는 풍부한 유동성을 만끽했다. 넘치는 돈은 곧바로 자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집과 주식,원유 등에 그 여파가 크게 미쳤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1년 수도권 집값은 1년 전보다 19.2% 올랐다. 2002년엔 무려 29.3% 뛰었다. 이어지는 집값 폭등에 놀란 정부가 2003년과 2004년에는 공공과 민간주택을 포함한 수도권 신규주택을 30만채 이상씩 공급하도록 하겠다는 '물량확대 정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2003년에는 상승폭이 10.1%로 둔화됐고,2004년에는 잇따른 부동산 규제대책까지 더해지면서 반짝 하락세(-2.5%)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5년에는 수도권 집값은 곧바로 반등(7.2%)했고,2006년엔 24.6%나 급등했다.

이처럼 유동성 증가로 자산가격 상승세를 즐기던 분위기가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자산가격이 너무 올라 버블 경고등이 켜지자 미국은 2006년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2007년에는 다시 연 5%대로 복귀했다.

결국 미국의 투자은행이 2008년 9월 뉴욕 지방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전세계적 유동성 랠리는 막을 내렸다. 그해 주가는 급락상황이 자주 발생했고,수도권 집값 상승률도 2.9%로 낮아졌다.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수도권 집값 상승률은 1.2%에 그쳤다. 여기에 올해에는 보금자리주택과 시프트 등 중 · 소형 공공주택이 저렴한 가격에 집중 공급되면서 결국 국내 주택시장의 버블 논란이 불거졌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