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인기가 엄청나다던데 시장은 얼마나 성장할까요. ""한국 전자부품업체들이 잘나가는데 하반기까지 믿어도 좋나요. "

홍콩과 싱가포르의 투자자들이 최근 현지에서 열린 국내기업 설명회(IR)에서 던진 다양한 질문들이다.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등 설명회를 주선한 관계자들은 "한국 기업과 증시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탄탄한 1분기 실적이 예상되는 전자부품과 자동차,호재가 예상되는 중공업 분야에 투자자들의 호응이 높았다고 전했다.

지난 1일까지 2박3일간 홍콩 싱가포르를 다녀온 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아차 STX팬오션 등 함께 간 13개 기업 관계자 대부분이 투자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느라 빡빡한 일정을 보냈다"며 "아시아 투자의 거점답게 투자자와 기업 간 일 대 일 미팅이 활발했다"고 밝혔다. 기업별 하루 7번의 미팅이 이어졌고 참여열기 역시 높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실적 개선 기대가 높은 기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기아차의 경우 글로벌 자동차주에 비해 저평가된 점이 주목받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글로벌 경기가 되살아나 해외 굴착기 등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양 센터장은 "LCD용 광학필름을 만드는 미래나노텍과 LG화학 등 전자부품업체들도 이번 IR에서 좋은 성과를 올렸다고 만족스러워했다"고 귀띔했다.

국내 전자부품업체에 대한 아시아 투자자들의 '러브콜'은 지난달 말 열린 현대증권 설명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안혜성 마케팅매니저는 "미국 경기 회복과 맞물려 삼성전기 등 한국 전자업체에 관심이 급증한 것을 체감했다"며 "한국 전자주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먼저 반영되면서 올해 주가가 '상고하저'를 그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백종석 선임연구원은 "해외투자자들은 LG전자 같은 완제품 업체보다는 삼성전기 LG이노텍 같은 부품사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원자력 발전소,해외 플랜트 수주 같은 호재가 예상되는 두산중공업에도 관심이 높았다"며 "키코(KIKO) 환손실 회복 여부를 묻는 등 한국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짐작하게 했다"고 밝혔다.

주류업체인 국순당 설명회에서는 한국 막걸리 시장을 놓고 한참 갑론을박이 벌어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 손해보험사 설명회에서는 상장을 추진 중인 삼성생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적정 주가는 10만원 내외라는 데 해외투자자들의 공감대가 모아졌다는 후문이다.

최근 우리투자증권의 IR를 주선한 박종현 리서치센터장은 "한 달 전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해외투자자들의 낙관론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전자와 은행업종,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가 특히 주목받았다"고 밝혔다.

증권사들은 아시아의 한국시장 투자열기를 체감한 만큼 이 같은 기회를 꾸준히 마련할 방침이다. 양 센터장은 "지난해에는 런던과 뉴욕에서 주로 해외투자 설명회를 했다"며 "이번에 높은 관심을 확인한 만큼 올 하반기에 홍콩 싱가포르를 다시 한번 방문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유미/김동윤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