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의 카지노 재벌 스탠리 호(88)가 위기의 말년을 보내고 있다. 세 차례의 뇌수술을 견뎌내고 퇴원한 지 한 달도 안 돼 자신의 딸이 운영 중인 미국의 카지노가 '범죄 연루'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미국 내 사업이 줄줄이 퇴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미 일리노이주 도박심사위원회가 스탠리 호의 딸인 판시 호와 미국 카지노 재벌 MGM미라지 간 합작 사업이 중국 내 불법행위에 연루됐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마카오 재정의 3분의 2를 뒷받침하는 스탠리 호는 아시아 최대 폭력조직인 삼합회와도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2007년 스탠리 호의 딸 판시 호가 MGM미라지와 합작 형태로 미국 시장에 진출을 시도할 때도 "판시는 범죄 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스탠리 호의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미국 내 비판 여론이 적지 않았었다.

1921년 홍콩에서 태어난 스탠리 호는 마카오에서 카지노 사업을 독점하면서 헬리콥터와 페리로 홍콩 관광객을 실어 날라 '하늘과 바다에 도박장을 차린 사람'이란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1998년 삼합회 지파 두목 '부러진 이빨'이 스탠리 호 소유의 마카오 특급호텔 카지노 VIP룸에서 체포됐을 때나 실적이 나쁜 카지노 중간 책임자가 부인과 함께 잔인하게 살해되는 사건 등에서 관련 인사로 끊임없이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100억달러에 육박하는 자산가인 그는 지난해 7월 자택에서 쓰러진 뒤 지금까지 투병 생활을 해왔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