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의 먹거리' 삼성·LG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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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영복귀를 선언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금이 진짜 위기"라며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위기감을 내비쳤다.
지난해 기준 TV와 DRAM, NAND를 비롯한 반도체와 LCD 등 모두 11개 사업분야에서 세계 1위 품목을 보유한 글로벌 톱 기업 삼성전자가 위협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글로벌 대기업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도요타 대량 리콜 사태 이후 세계 1위가 언제 어떻게 추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짙어졌다.
여기에 삼성같은 세계적인 기업들도 경쟁사와의 경쟁력 차이 급감, 신흥경쟁국 부상으로 인한 새로운 성장전략의 필요성 그리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이제 자신들의 주력 분야를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의 진출을 꾀하며 10년 뒤를 준비하고 있다.
◇ 삼성, IT와 BT 기반의 신수종 사업 확대
삼성은 과거 적절한 시기의 신사업 진출에 성공함으로써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삼성상회에서 시작해 제일제당과 제일모직, 삼성전자 설립에 이어 1970년대에는 화학.기계산업 진출로 신사업의 길을 모색했다.
이후 다양한 사업에 나섰지만 현재 '글로벌 삼성'이 될 수 있었던 계기는 1983년 반도체 사업 진출을 꼽을 수 있다.
64K DRAM으로 '반도체'라는 신사업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며 IT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후 삼성전자는 그룹 대표 계열사로 성장하며 지난해 기준 브랜드가치 175억달러를 넘어섰고, 미 경제전문지 포춘 선정 세계 42위 기업이자 전자업계 2위 업체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현실에 안주하면 정체,퇴화될 수 밖에 없다며 삼성은 10년 뒤를 위한 그린에너지와 헬스케어 산업에 나선 상태이다.
그린에너지산업은 차세대 전지와 LED조명 사업으로 구성된다.
차세대 전지에 있어서는 삼성SDI가 대용량 전력저장용 전지와 연료전지를, 삼성전자가 태양전비 분야에 연구.개발과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삼성LED는 조명엔진 생산기지를 만들어 차세대 조명산업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또 BT와 IT를 융.복합한 첨단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헬스케어 사업분야에도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헬스케어는 특허기간이 만료된 의약품을 복제,생산하는 바이오시밀러와 더불어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관심을 두는 분야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건강,환경,라이프케어 등 신규사업이 기존 인포테인먼트 사업과 함께 10년 후 삼성전자 양대 축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헬스분야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 LG, 신사업 진출로 영속기업 도약
10년 뒤 먹거리, 신성장동력을 고민하는 것은 비단 삼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화장품 제조에서 화학, 전자산업과 무역,금융,서비스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을 거듭해 온 LG 역시, 신사업 진출을 통해 100년을 넘어서는 영속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LG그룹은 태양전지 분야에서 고효율과 저가격 핵심소재, 기술 확보에 힘쓰는 한편, LED조명 본격 사업화를 위한 제품 라인업 강화와 OLED조명용 핵심소재를 개발 중이다.
또 에어컨-홈네트워크-빌딩관리솔루션 등을 연결해 2012년 글로벌 톱 총합공조업체로 도약한다는 방침 아래 대형빌딩 시스템공조와 신재생에너지 활용 공조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저가격과 저용량 전극 신소재 개발로 차세대전지 분야를 공략하고 전기차용 배터리는 수명을 늘릴 수 있는 기술 개발에 R&D 자원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구본무 LG 회장은 특히 미래 고객에게 탁월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LG만의 차별화된 원천 기술이 있어야 한다며 5년과 10년 이후를 보는 긴 호흡을 강조하고 있다.
◇ SK, 제3 성장축 마련 주력
SK는 그룹 차원의 모든 R&D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중이다.
선경직물로 출발해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루며 국내 10대 기업으로 도약한 SK는, 1980년대 중반 정보통신 분야 진출과 CDMA 상용화 등으로 종합정보통신사업분야에서 성공을 거뒀다.
이제 SK그룹은 에너지 화학분야에서는 기존 핵심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가면서 이와 연계된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대체에너지 개발과 그룹 각 관계사들이 따로 보유한 기술을 결집시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 '첨단 그린 도시'를 추진하는 등 에너지 절감 기술과 정보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기로 했다.
계열사별 특성과 특기를 잘 살려 이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녹색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있어 글로벌 시장의 '그린 오션'을 개척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 현대.기아자동차, 자동차산업 내 신성장동력 발굴
현대.기아차그룹은 새로운 산업 분야 진출보다는 자동차 산업 내 신성장동력으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연료전지차 상용화 등 친환경차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 기간산업으로서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기 위해 친환경 차량과 고연비 중소형차 개발 등 R&D 부문에 투자를 집중한다.
오는 2012년 친환경차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녹색선진국 건설의 초석인 그린카 4대 강국 진입을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의 이러한 선택은 '친환경'과 '녹색'을 강조하는 외부환경 변화에 의한 것이기도 했지만,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대하는 기회를 잡으려는 절실함도 엿보인다.
◇ 신사업 성공 위해서는 정부 역할도 필요
한국의 경제력.기업들은 신흥 경제권의 도약과 선진국 기술력에 밀리고 있다.
더구나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주력 제조업의 성장이 둔화되고 서비스업 생산성은 정체된 상황에서 성장 엔진과 수익원을 찾는 것은 최대의 고민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세계 1등을 '쫓아가는' 전략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그러나 이제는 '신사업'이 진정 새로운 분야에 대한 개척과 경쟁력을 키우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내부의 혁신과 도전, 창의성이 신사업 성공의 필수 요건이다.
여기에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간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며 정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과거에는 모든 시장이 블루오션이었다면, 현재는 레드오션이 된 상태"라며 "일본 기업이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른 뒤 정체되어 있는 이유는 새로운 성장동력 분야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또 우리 기업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고 나아가 경쟁국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신사업 진출에 앞서 국가 차원의 원천기술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정부 산하 연구소와 대학 등 연구기관에서 원천기술에 대한 기반을 마련하고 기업이 이를 상용화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정부는 산업전반에 지식정보를 접목하고 국가전반의 정보화 통합 과정을 거쳐, 국제표준 선점을 주도하는 등 IT 인프라를 활용한 지식정보 활용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차세대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을 통해 정부 부처별 관련 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분야.부처별 벽을 허무는 작업도 요구된다.
정부의 원천기술과 기본 인프라 구축을 기반으로 기업의 적극적인 신사업 진출이 이뤄진다면, 10년 뒤 한국의 삼성.LG의 위상은 현재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정연기자 jy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