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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이 유력하고,삼성전자는 휴렛팩커드(HP)를 제치고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기업이 됐다.현대차는 도요타 리콜 사태의 최대 수혜자가 될 전망인데다 한국의 수출 규모는 이미 영국을 추월했다.한국의 인구는 인도의 20분의 1도 안되지만 경제 규모는 인도와 비슷한 수준이다.한국은 이제 더이상 과소 평가할 나라가 아니다.”

한국 경제에 대해 부정적 보도를 자주했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 이례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이 평가하는 칼럼을 게재했다.FT 아시아담당 편집장인 데이비드 필링은 25일 ‘한국은 더이상 약자가 아니다(South Korea is no longer the underdog)’라는 칼럼에서 “그동안 중국과 일본에 가려져 약자로 치부되던 한국이 최근 캐나다 밴쿠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 선수가 일본의 아사다 마오와 금메달을 다투는 것처럼 국제무대에서 위상이 급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이제 (국제무대에서) 약자라는 지위를 거의 지워버렸다”며 “삼성전자는 올해 일본 15대 전자업체의 순익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거둘것으로 예상된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이어 “한국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을 제치고 200억달러 규모 원전을 수주했으며 현대차의 미국내 점유율은 일년새 3.7%에서 4.4%로 높아지는 등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특히 글로벌 위기속에서도 한국 경제가 순항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한국이 올해 4.7%의 고성장을 보일것으로 기대되는데다 재정 투입을 통한 ‘케인지언식’ 부양책에도 불구,재정적자가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고 분석했다.또 국민들의 1인당 실질구매력도 일본에 비해 5000달러 밖에 뒤지지 않는 2만8000달러 수준으로 부국의 지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국제정치 무대에서도 훈풍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일본이 미국과 외교 관계가 껄끄러워지고 미·중 관계가 냉각되는 속에서도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이 되면서 미국의 새로운 ‘베스트 프렌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FT는 “1960년대 아프리카 수준이던 한국이 이제 영국과 프랑스의 턱밑까지 쫓아왔다”며 “만약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한국인들은 이를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미 이뤄놓은 것이 많다”고 호평했다.FT는 하지만 한국 경제가 지나치게 대기업에 의존하는 것은 약점이 될 수 있으며 낙후된 서비스산업과 경직된 노동시장도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외교전문 잡지 포린폴리시도 최근 “김연아 선수가 피겨 세계무대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한국이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경제적·문화적 파워 국가로 부상한 것과 똑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평가했다.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는 “한국이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한 첫번째 국가”라고 호평했으며 독일주간 슈피겔도 최근 ‘녹색의 서울’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을 집중 부각시켰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