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3일 교육비리 척결에 전력을 기울여 달라고 강조한 이유는 올 들어 서울시교육청과 일선 학교에서 각종 비리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교육계 비리가 제도화돼 가고 있다. 교육계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 강도 높은 사정한파가 예상된다.
◆뇌물로 연결된 교육비리

올 들어 밝혀진 교육 관련 비리나 부정행위는 크게 △교직 매매 등 인사비리 △학교 공사나 방과후학교 운영권 등을 둘러싼 뇌물수수 등 두 가지다. 대부분이 그동안 지속돼 온 '관행'이라는 점에서 드러난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연초부터 '하이힐 폭행'으로 불거진 장학사 교직 매매 사건으로 술렁였다. 장학사 시험에 합격시켜 주겠다며 돈을 받은 이 사건으로 장학사 교육정책국장 인사담당장학관을 지낸 현직 교장 2명 등 총 3명이 구속되고 4명이 직위해제됐다.

당시 시교육청 안팎에는 해당 국장이 사무실에 14억원가량이 든 통장을 보관하다 감찰팀에 적발됐는데도 강남 고교 교장으로 부임한 데 대한 소문이 파다했다. 인사담당장학관은 차명 계좌 2개를 두고 뇌물을 받는 창구로 쓴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공사권이나 방과후학교 운영권 등을 놓고 학교장이나 교육청 관계자들이 돈을 받은 사례도 잇달아 드러났다. 하루 한건 꼴로 비리가 제보된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서울 북부교육청 시설과의 한 사무관은 일선학교 창틀 공사권을 주기로 하고 업자로부터 중형차 쏘나타 1대를 받았다. 초등학교 교장 5명은 방과후학교 컴퓨터교실 운영권을 준다며 700만~2000만원을 챙겨 적발됐다. 이 중 한 교장은 사회적 불명예를 감당하지 못하고 얼마 전 자살했다.

대책 쏟아지지만 '근절' 어려워

돈이 오가는 비리만 있는 것도 아니다. 자율형 사립고도 부정행위로 흔들리고 있다. 취약계층에 기회를 주기 위해 신설한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정원의 20%)이 은행 간부 자녀 등으로 채워진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교육당국은 다양한 비리 근절책을 내놓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현직 판사나 검사를 최고 감사 책임자로 보직하고 3월 정기인사에서 업무소홀이나 비위 등으로 징계받은 교원 9명을 교장 임용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한 번만 비리가 적발돼도 직위해제가 가능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을 내놨다.

이에 대해 교육계 안팎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학연 지연으로 얽혀 '형님,아우'하는 분위기를 단번에 없애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비리가 적발됐음에도 관행을 이유로 약하게 처벌하거나 사후에 구제해 주는 풍토는 비리와 부정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형성했다는 지적이다. 견제장치 없이 학교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교장의 지위나 개인 돈을 들여 출마해야 하는 교육감 선거 등도 교육계 비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편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교육 관련 비리 사범에 대해 전국적으로 엄정한 단속을 벌일 것을 검찰에 지시했다. 이 장관은 "우리 사회 곳곳에 여전히 제도화된 비리가 상존하고 있다"며 "검찰이 집중적인 단속활동을 전개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의약품 리베이트 등 납품 관련 비리,공사하도급 비리,복지 관련 국가보조금 편취행위 등 각종 관행적 비리에 대해서도 단속할 것을 지시했다.

이상은/임도원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