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관련국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3일부터 한국과 중국,일본을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며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방중했다. 이어 유명환 외교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6일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는다. 북한의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도 이날 베이징에 도착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했다. 후 주석은 북핵문제나 6자회담 재개 방안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22일 "보즈워스 대표가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와 함께 6자회담 파트너 국가들을 방문해 회담 재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즈워스 대표 일행이 베이징,서울,도쿄를 방문하지만 세부 일정은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보즈워스 대표 일행은 베이징에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교차 방문을 통해 나온 북 · 중 협의 내용을 중국 측으로부터 전해 듣고 한국,일본과 후속 대책을 협의할 전망이다. 이들은 늦어도 한 · 미 외교 장관 회담이 열리기 전까지는 미국으로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김 국제부장을 포함한 노동당 방중 대표단과의 접촉 여부가 주목된다.

미국은 보즈워스 대표가 지난해 12월 방북,첫 양자대화를 가진 이후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왕자루이 부장이 지난 6~9일 방북하고,김 부상이 지난 9~13일 방중한 것을 계기로 다시 외교적인 노력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그동안 6자회담 재개 이전에 유엔의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은 2차 양자대화의 가능성에 무게를 싣지 않으면서 북한의 주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크롤리 차관보 역시 "보즈워스 대표가 이번 방문길에 북한 관리를 만나거나 평양을 방문할 계획은 없다"며 북 · 미 접촉 가능성을 차단했다. 때문에 미국은 중국의 중재로 북한의 입장에 변화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심을 두고 있다.

미국이 행보를 빨리 한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12~13일 워싱턴에서 핵안보정상회가 열려 최소한그 이전까지 6자회담 일정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외교 당국자는 "각국 외교관들의 만남이 끝난 이후 6자회담 전망에 대한 대강의 윤곽이 그려질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