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가 조선 부문의 인력 전환배치 등 회사측의 사업 재편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소식이다. 이 회사 노조는 "세계적 경기 침체로 인한 조선업 부진이 회복은커녕 점점 더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노조가 인력 전환배치 등에 앞장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보면 참으로 신선한 발상(發想)이다.

사실 지금 조선업계의 사정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후 선박 수주가 급격히 감소한 것은 물론 이미 계약했던 물량마저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잔량은 현재 523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 그쳐 2008년 말(6750만DGT) 대비 4분의 1이나 줄어들었고 당분간 감소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선가(船價)도 하락세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지난해 1월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2만716달러에 달했던 것이 이달 들어선 1만6396달러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게다가 국제 조선 시황은 올해도 기대 이하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우려가 더욱 크다. 업계가 내다보는 올해 세계 선박 수주량은 1090만CGT 정도로 과거 10년 평균치(4180만CGT)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형편이다. 올 하반기부터라도 수주가 활성화돼야 조선소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객관적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그런 점에서 업계가 인력재배치나 사업재편과 같은 구조조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봐야 한다. 한진중공업이 최근 직원 352명에 대한 정리해고 방침을 밝히는가 하면 일부 업체들이 외주 물량을 사내로 돌리고 있는 것도 이런 고충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따라서 노조가 회사의 사업구조조정에 협력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것이야말로 회사와 노조가 함께 사는 길이다. 회사가 있어야 노조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선진적 노사관계가 하루빨리 정착돼 당연하기 짝이 없는 현대중공업 사례와 같은 노사협력의 내용이 뉴스가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