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필마(單騎匹馬)도 제법 멋있다. 적진을 향해 앞장서 달려가는 장군처럼 처연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회사에선 쓸모가 적다. 단기필마가 오랜 버릇이 되다보면 독불장군으로 바뀐다. 그런 사람이 연공을 쌓으면 아주 불편한 존재가 될 수 있다. 회사는 뭐니뭐니해도 팀워크가 중요하다.

1990년대 이후 벌어진 '인재 확보 전쟁(war for talent)'은 사실 뛰어난 개인을 잡기 위한 경쟁이었다. 성공한 케이스도 있지만 스카우트된 핵심 인재들이 기존 집단과 섞이지 못하고 중도 탈락한 경우가 많았다. 경영자들이 인재를 뽑는 활동 못지않게 기존 직원들과 조화시켜 팀워크 극대화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그러기 위해서는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팀워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영국의 메레디스 벨빈 박사는 어떤 팀에도 아홉 가지 다른 역할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나씩 예를 들어보면,창의적으로 앞장서 일의 씨를 뿌리는 파종자(播種者),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실행 차원으로 옮기는 '자원(資源)탐구자' 그리고 팀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는 조정자(coordinator)가 있다. 또 큰 그림을 그리는 '모형 제작자'와 전체 프로세스를 관찰하는 평가자,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팀플레이어도 중요하다. 이 밖에 일을 몸으로 실천하는 실행자,최종 단계를 마무리하는 완성자 그리고 팀의 전문성을 높이는 전문가가 있다.

벨빈 박사는 20여년간의 연구로 이 아홉 가지 역할을 알아내고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 아래 뒤섞여 일할 때 그 팀은 최대의 성과를 낸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뛰어난 핵심 인재도 이 모든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또 팀 내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도 한두 가지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경영이 갖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최대의 성과를 이뤄내기 위한 노력이라고 정의할 때,가장 기본적인 활용 대상은 인적 자원이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