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는 당초 예상대로 계파 간 정면 충돌 양상을 보였다.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려는 친이(친이명박)계와 원안을 고수하려는 친박(친박근혜) 간 설전이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됐다. 세종시 관련 당내 공식토론은 이번이 처음으로 의총장은 원안이냐,수정안이냐에 대한 친이 · 친박의 마지막 결전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나라당 의원 169명 가운데 147명이 참석했고,친박계는 박근혜 전 대표의 불참 속에 30여명이 참석했다. 친이 친박 측 발언신청자 40여명 중 23명이 차례로 나서 3시간반 동안 칼끝공방을 벌였다. 회의 벽두부터 고성이 오갔다.

첫 발언자로 나선 김무성 의원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사법수도'안을 설명하면서 "국민은 우파의 분열로 정권 재창출이 물건너갈 것을 걱정한다. 한나라당의 파국으로 우파가 분열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며 "다투지 말자.협상과 타협을 기대한다"며 중재자를 자임했다.

친이계 이춘식 의원은 "행정부처 이전은 독일밖에 없다"면서 "수정안은 당정 협의안으로,당론 변경 사안이 아니며 굳이 당론 변경이 필요하면 절차를 갖춰서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영우 의원도 "세종시 원안이 과연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겠느냐"면서 "최초로 약속한 주인공은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대선에서 재미를 봤다고 할 정도로 정치적 계산에서 출발했다. 충청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제대로 논의해서 만들어진 법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친이계 핵심의원은 "3월 초 정부의 수정법안이 국회로 넘어온 직후인 3월10일을 전후해 표결을 해서라도 당론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 한선교 의원은 친이계의 박 전 대표 비판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이 차기 유력후보인 박근혜를 죽여서 좋을 게 뭐가 있느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유재중 의원은 "수도권 입장에서는 세종시가 원안대로 가면 불편하겠지만 호남 · 부산 등 지역에서는 공기업을 지원하는 행정기관들이 세종시로 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면서 "경제적 효율성도 있지만 약속과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 돼서 국민과의 갈등구조가 되면 그것이 더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친이계의 한 중진의원은 "이렇게 반대만 하면 결론 없는 난전(亂戰)이 될 수밖에 없다"고 씁쓸해했다. 토론을 지켜보던 중립성향의 한 의원은 "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오로지 세종시에만 몰입해 있다"고 우려했다. 정진석 의원은 "당이 쪼개져도 좋다는 당 안팎세력이 공공의 적"이라며 "이런 사람들은 왕따를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희태 김무성 의원 등 당 중진 10여명은 이날 저녁 여의도 한 식당에 모여 세종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한나라당은 오는 26일까지 매일 의총을 열어 세종시 문제를 매듭짓는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몽준 대표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만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설명하려 했으나 박 전 대표의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혁/구동회 기자/김미리내 인턴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