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현금통화는 약 28조원이었습니다. 이 돈이 굴러다니며 만들어낸 광의유동성(L)은 2500조원이 넘었습니다. 광의유동성에는 현금과 결제성 예금은 물론 금융사의 각종 예금,정부 또는 기업이 발행한 채권 등 유동성 상품들이 다 들어있습니다. 현금통화의 90배에 가까운 유동성이 시중에 만들어진 셈입니다.

시중 유동성을 좌우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유동성의 근원인 현금통화의 양입니다. 중앙은행이 돈을 더 많이 풀거나 회수할 경우 시중 유동성은 비례적으로 영향을 받게 됩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주 재할인율을 0.25%포인트 올리기로 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중에 많이 풀린 돈의 일부를 회수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시중은행에 대한 단기 대출금리인 재할인율이 올라가면 아무래도 더 많은 돈이 중앙은행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지난 주말 주가가 떨어지고 채권금리가 오른 이유의 하나입니다. 한국에서도 금리인상을 골자로 하는 출구전략이 조만간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둘째는 돈이 돌아가는 속도입니다. 경기가 좋아지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견고해지면 돈의 흐름이 빨라지고 구석구석 돈이 돌아갑니다. 지난해 하반기 우리나라의 통화유통속도가 빨라진 것은 국내 경기가 좋아졌다는 방증입니다.

하지만 최근 대외변수들이 다시 부각되면서 시중 자금이 움찔하고 있습니다. 두바이 사태와 그리스 재정문제는 '부도 위험'의 일종이어서 유동성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논의되는 금융개혁은 레버리지 투자(빚을 내 자산을 매입하는 투자)를 줄이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의 주가하락은 실물 경기 부진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유동성 문제와 관련이 커 보입니다. 이에 비하면 수출과 내수 등 실물경기는 견고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당분간 금융시장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금융시장이 불안할수록 환금성이 높고 안전한 금융 상품을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현승윤 금융팀장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