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루머'에 주가 출렁…건설주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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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7P 내린 1593…5주째 '금요일 징크스'
거래대금 급감속 외국인은 나흘째 순매수
거래대금 급감속 외국인은 나흘째 순매수
힘겨운 반등세를 유지하던 증시가 해외발 루머에 맥없이 1600선을 내줬다. 두바이 국영기업인 두바이홀딩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것이란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주가가 큰 폭으로 밀렸다. 미국의 재할인율 인상과 북한의 사격구역 통보 등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이슈가 불거지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재료를 찾기 어려워 외부 충격에 쉽게 흔들리는 불안한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루머에 27포인트 '미끄럼'
19일 코스피지수는 27.29포인트(1.68%) 내린 1593.90에 거래를 마쳐 거래일 기준 나흘 만에 16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17일 거의 한 달 만에 되찾았던 20일 이동평균선(1609)도 다시 내줬다.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도 이틀째 3조원대에 그쳤다.
지수는 전날 미국이 재할인율을 올렸다는 소식에 10포인트가량 하락 출발했지만 빠르게 낙폭을 줄여 보합권을 지켜 선방했다. 외국인의 매수세 가담으로 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두바이홀딩스의 디폴트 선언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갑작스럽게 확산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창근 현대증권 산업분석부장은 "두바이 정부에서 99.7% 지분을 보유한 국영기업인 이 회사의 자회사(두바이홀딩커머셜오퍼레이션그룹)가 전날 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당했지만 두바이홀딩스의 디폴트 소문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지수는 낮 12시 무렵 1595 아래로 급락한 후 장 마감 때까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인근 등 8곳을 해상사격구역으로 지정해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는 소식도 부담이 됐다.
외국인은 350억원의 매수 우위로 4일째 '사자'에 나섰지만 순매수 규모는 전날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은 매수 우위를 지키다 '두바이 루머'가 나온 직후부터 순매도로 돌아서 3100억원 이상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 때문에 현 · 선물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악화되며 프로그램에서도 361억원의 순매도 물량이 나와 수급을 압박했다. 기관은 182억원 순매수에 그쳤고 개인은 258억원 순매도했다.
두바이 루머로 건설주와 은행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GS건설(-3.07%) 대림산업(-4.87%) 신한지주(-2.93%) KB금융(-3.46%) 등이 줄줄이 추락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은행들이 재할인 창구를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재할인율 인상은 큰 이슈가 되지 못한다"며 "수급 악화에 투자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미확인 루머가 나돌자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하락으로 증시는 지난 1월22일부터 5주 연속 금요일마다 지수가 떨어지는 '블랙 프라이데이' 징크스를 이어갔다.
◆변동성 큰 장세 이어질 듯
증시는 1550선을 지지선으로 열흘 가까이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장 에너지가 부족해 힘겨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수세가 취약한 상황이어서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출렁이는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글로벌 긴축정책과 경기확장세 둔화라는 큰 흐름이 깔려 있어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적어도 1분기 중에는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 증시의 본격적인 상승 추세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팀장은 "지수가 20일 이평선 아래로 떨어진 만큼 해외 변수에 따라 기술적으로 추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3월 초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투자심리가 안정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