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빚쟁이' 미국, 흔들리는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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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주디 쉘든 아틀라스 경제연구재단 선임연구원
주디 쉘든 아틀라스 경제연구재단 선임연구원
만약 누군가 재정적으로 무책임해 미래가 위태로울 지경이라면 지도자가 될 덕망을 갖추고 있다고 말하기 힘들 게다. 미국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이것이다. 국가채무 급증으로 국제 정치에서 미국의 역량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미국인들은 계속해서 재정적자를 쌓아 올린 정치인들만을 뽑아왔다. 그 결과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빚을 지게 됐다. 어리석음의 결과는 명백하다. 미국은 이제 재정적인 원조를 주는 이웃, 특히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미국의 가치를 저버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 접견을 취소했을 때 이는 여러 중요 사안에서 중국의 협력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주웨이췬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 상무 부부장은 2일 한 기자회견에서 "만약 미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난다면 양국 사이의 신뢰와 협력에 손상이 갈 것"이라며 "그것이 미국이 현재 경제 위기를 타개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주 상무 부부장은 '위험한 분리주의자'인 티베트 승려를 도덕적으로 지원하기 전에 대차대조표를 냉정히 따져보라고 미국에 넌지시 이야기한 셈이다.
중국은 현재 755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밖에서의 미 국채 보유액 가운데 5분의 1에 해당한다. 중국 고위급 관료 출신인 빅터 가오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중국이 두어 달 동안 미 국채 매입을 하지 않거나 매입액을 줄인다고 생각해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 재무부 조사 결과 지난해 12월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342억달러 줄었다.
중국이 미 국채 보유를 계속 줄여나갈 가능성은 낮다. 미 국채 수요가 줄면 수익률이 치솟고 기발행된 국채의 가격이 떨어져 중국도 만만찮은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위협은 미국이 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한한다. 만약 2008년 8월 러시아가 그루지아와의 전쟁을 앞두고 미국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중국을 설득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채권을 동시에 투매했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졌겠는가.
국제 사회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미국은 재정적인 역량이 계속 유지된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우월성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시장과 개인 자유의 옹호자로서 미국의 지위가 위협받음은 물론이다.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은 "마지막 피난처였던 미국이 이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시작했다"고 통탄했다.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재정지출을 과감히 줄이고,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 악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건전한 통화 및 재정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외국인이 전체 국가채무의 46%를 보유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타개해야 할 때다. 외국인의 호의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설 수 있어야만 한다.
정리=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이 글은 아틀라스 경제연구재단의 선임 연구원인 주디 셸튼이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 빚쟁이 지도자?'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계속해서 재정적자를 쌓아 올린 정치인들만을 뽑아왔다. 그 결과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빚을 지게 됐다. 어리석음의 결과는 명백하다. 미국은 이제 재정적인 원조를 주는 이웃, 특히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미국의 가치를 저버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 접견을 취소했을 때 이는 여러 중요 사안에서 중국의 협력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주웨이췬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 상무 부부장은 2일 한 기자회견에서 "만약 미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난다면 양국 사이의 신뢰와 협력에 손상이 갈 것"이라며 "그것이 미국이 현재 경제 위기를 타개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주 상무 부부장은 '위험한 분리주의자'인 티베트 승려를 도덕적으로 지원하기 전에 대차대조표를 냉정히 따져보라고 미국에 넌지시 이야기한 셈이다.
중국은 현재 755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밖에서의 미 국채 보유액 가운데 5분의 1에 해당한다. 중국 고위급 관료 출신인 빅터 가오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중국이 두어 달 동안 미 국채 매입을 하지 않거나 매입액을 줄인다고 생각해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 재무부 조사 결과 지난해 12월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342억달러 줄었다.
중국이 미 국채 보유를 계속 줄여나갈 가능성은 낮다. 미 국채 수요가 줄면 수익률이 치솟고 기발행된 국채의 가격이 떨어져 중국도 만만찮은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위협은 미국이 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한한다. 만약 2008년 8월 러시아가 그루지아와의 전쟁을 앞두고 미국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중국을 설득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채권을 동시에 투매했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졌겠는가.
국제 사회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미국은 재정적인 역량이 계속 유지된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우월성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시장과 개인 자유의 옹호자로서 미국의 지위가 위협받음은 물론이다.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은 "마지막 피난처였던 미국이 이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시작했다"고 통탄했다.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재정지출을 과감히 줄이고,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 악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건전한 통화 및 재정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외국인이 전체 국가채무의 46%를 보유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타개해야 할 때다. 외국인의 호의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설 수 있어야만 한다.
정리=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이 글은 아틀라스 경제연구재단의 선임 연구원인 주디 셸튼이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 빚쟁이 지도자?'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