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은 미국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해였다. 소수당인 공화당이 연방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을 누르고 다수당으로 재탄생했다. 의회 권력구조가 40년 만에 뒤바뀌었다. 공화당의 뉴트 깅그리치 전 연방하원의장(67)이 탁월한 리더십으로 이룩한 작품이었다는 평가다.

의회 혁명을 주도했던 깅그리치 전 의장은 15일 한국경제신문을 통해 2012년 미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한국경제신문 고문)과의 대담에서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에서 현지 기업관계자 1300여명과 모임을 갖고 지지기반을 다지느라 분주한 가운데 시간을 내주었다.

▼2012년 미국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공화당 후보 경선에 나서나.

"출마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늦어도 내년 2월 안에 공식 발표할 생각이다. 내가 만든 '아메리칸 솔루션 닷컴(American Solution.com)'을 기반으로 해 선거자금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지지율 높이기 작업도 벌이는 중이다. "

▼1990년대 공화당을 40년 만에 다수당으로 올려놓는 데 리더십과 저력을 발휘했는데.

"1994년이었다. 그때는 정말 대단했다. 남부지역 민주당 의원들을 직접 1 대 1로 설득해 10여명을 공화당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남부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아성인데 지역감정을 극복한 것이라고 자평하고 싶다. 또 '미국 국민과의 약속(Contract with America) 10가지'를 내걸고 의회 개원 100일 만에 통과시키겠다고 선언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휘어잡았다. 덕분에 1954년 이후 40년 만에 다시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 자리를 탈환했다. "

▼대히트한 '미국 국민과의 약속' 주요 내용은.

"세계적으로도 이목을 모은 획기적인 약속이었다. 첫 번째가 돈이 없으면 지출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부의 균형예산론이었다. 범죄와의 전쟁을 실시하고 고아 입양시와 노인 부양시 세금혜택을 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아메리칸 드림'을 국민들에게 되찾아주기 위해 결혼한 부부의 세금을 덜 내는 정책을 제시했다.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세제혜택,소송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패소한 쪽이 소송 비용을 물게 하는 제도,연방의원들의 임기를 3~4선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담아 인기를 끌었다. "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지론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나.

"'아메리칸 솔루션 닷컴'에서 일자리 만들기와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12가지 아메리칸 솔루션을 제시해 놓고 있다. 현행 35%인 기업 법인세를 아일랜드와 같은 수준인 12.5%로 대폭 낮추고,창업에 방해가 되는 사베인스-옥슬리법을 대체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사베인스-옥슬리법은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업보고서 내용을 책임지도록 했으나 기업에 부담을 과다하게 준다. "

▼공화당이 차기 대선에서 대통령을 당선시키려면 올해 11월 의회 중간선거가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잘 지적했다. 지난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사 공화당 후보가 역전해 당선한 것을 계기로 판세가 공화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런 추세라면 민주당은 하원에서 25~60석,상원에서 4~6석을 잃을 것으로 예상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보험 개혁 정책 등에서 헛발질을 많이 한 탓이다. 그의 취임 1년 지지율은 50% 언저리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드문 경우다. "

▼민주당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지연시키고 있는데.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이 5년 내에 수출을 두 배로 늘려 200만개 일자리를 만들기로 하지 않았나. 공화당은 FTA가 조속히 비준되도록 강력하게 서포트해야 한다. 미 자동차노조(UAW)도 조금씩 기류가 변하고 있다고 본다. 포드,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판매 상황도 호전되고 있다. 최근엔 도요타가 대량 리콜사태로 고전하고 있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펠로시 의장의 입장 역시 천천히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한 · 미 FTA는 잘하면 올해 안에, 늦어도 내년 초에는 비준될 것으로 예상한다. "

▼북 · 미 양자대화의 성격을 어떻게 보나.

"중국과 일본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한국의 입장은 절대로 뺄 수 없다. 북 · 미 간 딜이 될 수는 없다. 양자대화 후 6자회담은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북한이 핵 폐기 과제에 진전을 보일 때까지는 대북제재가 필요하다고 본다. "

정리=김홍열 워싱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