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인승으로 확 바꿔 버릴까?" 명절 때 답답하게 꽉 막힌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9인승은 버스 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어서다. 9인승만이 아니다. 비록 버스 전용차로를 넘나들 수 있는 특권은 없더라도 레저용으로 차를 활용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7인승 이상 '패밀리 카'에 대한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
미니밴의 제왕 '카니발'
의외로 국내 판매 모델 중 9인승 이상 차량을 찾기가 쉽지 않다. 국산 모델 중에서 패밀리 카로 꼽힐 만한 것은 기아자동차의 '카니발'과 현대자동차의 '스타렉스 리무진',쌍용차의 '로디우스' 정도다. 수입 밴으로는 포드의 '익스플로러 밴'과 GM의 '스타크래프트 밴'이 양대 축이다. 7000만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져 레저용 '세컨드 카'로 각광받고 있다.
올 1월에 등장한 '카니발R'와 '카니발 리무진'은 배기량은 낮아진 데 비해 성능은 좋아졌다. 소비자들 부담도 덜하다. 두 모델 모두 엔진 배기량이 종전(2902cc)보다 703cc 낮아져 배기량에 따라 가산하는 자동차세가 약 62만9000원으로 기존 모델 대비 20만원가량 싸졌다. 11인승인 '그랜드 카니발'은 승합차로 분류돼 연간 6만5000원의 자동차세만 부담하면 된다. 성능이 좋아진 비결은 3세대 커먼레일 시스템을 적용한 첨단 R 2.2 엔진 및 6단 변속기를 장착한 덕분이다. 그랜드 카니발은 40여개에 달하는 수납 공간으로 패밀리 카의 효율성을 높였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콘솔 박스는 사용하지 않을 때 분리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쌍용차의 로디우스도 다목적 패밀리 카로 손색없다. 뉴체어맨 플랫폼과 뉴렉스턴 기술력을 접목해 만들어 안전성과 정숙성이 뛰어나다. 9인승과 11인승 두 가지가 있다.
7인승의 수입 미니밴
버스 전용차로를 달릴 수 없지만 넓은 공간이 장점인 7인승도 레저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니밴의 원조 격인 크라이슬러의 '그랜드보이저'가 대표적이다. '무늬만 7인승'인 다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달리 3열 시트에 어른 두 명이 넉넉히 탈 수 있다. 3열 시트를 세워도 남는 트렁크 공간이 꽤 넓다. 그랜드보이저의 또 다른 장점은 2열,3열을 차체 바닥 아래로 완전히 숨길 수 있다는 점이다. 조작도 간단하고,단 30초 만에 7인승에서 2인승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미니밴 최초로 듀얼 DVD 시스템을 장착,앞뒤 탑승자가 각자 원하는 미디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가격은 5630만원이다.
아우디 'Q7'도 동급 수입 모델 중에서는 유일하게 7인승이다. 7인승 상태에서도 330ℓ의 화물공간을 확보한다.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2035ℓ의 공간이 나온다. 대형 냉장고를 운반할 수 있는 정도다. 3열 시트까지 커버하는 파노라마 루프도 인상적이다. 게다가 시트 베리에이션이 무려 28가지에 달한다. SUV이면서도 미니밴의 특징을 결합한 셈이다.
국산차인 기아차 '쏘렌토R' 및 '뉴 카렌스',GM대우 '윈스톰',쌍용차 '렉스턴' 등의 SUV도 7인승이다. 하지만 3열 시트를 펴 7인승으로 만들면 화물공간이 거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렌털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7인승이나 8인승이 좋은 건 알지만 여러 사정으로 살 수 없을 수도 있다. 운전 면허가 2종 보통이라면 9인승 이상은 운전할 수도 없다. 이럴 땐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컨대 12인승 승합차를 빌려 설 연휴 기간 중 서울~부산 간 왕복 1000㎞를 운전한다고 가정해 보자.
금호렌트카에 따르면 '그랜드 스타렉스' 한 대로 12명이 갈 경우 총 비용은 47만8900원(렌털비 31만7200원,연료비 12만5500원,톨게이트비 3만6200원)인 데 비해 12명이 중형 세단 3대로 나눠서 가면 비용은 약 57만2600원에 달한다. 금호렌트카는 2월 한 달간 대중 교통 이용 영수증(KTX 승차권,금호고속,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 이용권)을 제시한 고객에게 40%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