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투자설명서를 교부하지 않고 펀드에 가입시킨 은행 직원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펀드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금융사와 고객 간 민사분쟁이 줄을 잇는 가운데 금융사 측을 형사 처벌한 이례적인 판결로 향후 유사 판결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은 고객에게 간접투자상품을 판매하면서 투자설명서를 주지 않은 혐의(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위반)로 우리은행 직원 이모씨(49)에 대해 최근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씨는 우리은행 의정부 중앙지점 부지점장으로 근무하던 2007년 5월 자신의 사무실에서 은행 고객 이모씨에게 '우리파워오일 파생상품 투자신탁 제5호' 투자를 권유하면서 투자설명서 대신 요약본만을 준 혐의로 지난해 검찰에 기소됐다.

2009년 2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통법)로 통합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184조7항에서는 간접투자증권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증권 취득을 권유하면서 투자설명서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법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184조7항과 관련,금융사 직원이 정식 재판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는 없었다.

우리파워오일 파생상품 투자신탁 제5호는 우리크레디트스위스자산운용이 2007년 5~6월 우리은행을 통해 판매한 6개월 만기의 유가지수 연동 파생상품(ELF)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6개월 동안 기준가의 40%를 초과 상승하지 않는 경우 연 9.3%(6개월 4.65%)의 수익률을 보장하지만 가입 기간 중 한 번이라도 40%를 초과 상승할 경우에는 상승률에 비례해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고객 이모씨는 이 전 부지점장의 권유로 가입,3억원을 투자했다가 만기인 2007년 11월 거의 절반인 약 1억4000만원의 손실을 보자 우리은행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거는 한편 이 전 부지점장을 형사고소했다.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서울중앙지법이 2008년 8월 1심에서 "우리은행이 손실액 가운데 4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2심인 서울고법은 지난해 6월 "이씨가 투자설명서를 교부받지 못했다 해도 펀드의 위험성 등 주요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요약본을 받은 이상 설명의무 위반이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씨의 청구를 기각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고객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케이씨엘의 황규경 변호사는 "1심과 2심,검찰의 판단이 엇갈려 대법원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판결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의제기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