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퍼트롤]거래소,신임 본부장 '날치기'선임…주총장 옮겨 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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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의 신임 본부장 두 명이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비밀스럽게 선임됐다.
거래소는 4일 서울사무소 21층 회의장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진수형 전 한화증권 대표와 박종길 전 동부증권 부사장을 각각 신임 본부장으로 선임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외부출신 본부장 선임에 반기를 든 노조가 회의장 입구를 봉쇄, 주총이 연기될 위기에 처해졌다. 이에 거래소는 주총장을 긴급히 옮겨 지연되던 주총을 속행했다.
거래소는 이어 보직 결정까지 일사천리로 마무리지었다. 앞으로 박 전 부사장은 경영지원본부장을, 진 전 사장은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을 각각 맡게 된다. 현 이창호 경영지원본부장은 유가증권시장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이날 주총은 노조의 강력 반발로 연기되는 듯 보였다. 거래소 관계자도 당시 "본부장 선임을 위한 주총이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거래소가 이처럼 노조를 피해 속전속결로 본부장을 뽑았기 때문에 앞으로 노조와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최근 김봉수 이사장이 조직 및 인력 구조개혁 차원에서 잇따라 파격 인사를 단행하고 있는데 대해 적잖은 불만을 갖고 있었다. 특히 시장파트 본부장으로 내부인사가 아닌 외부출신이 내정됐다는 소식에 강력 반발했다.
유흥열 노조위원장은 이달초 성명서를 통해 "업무능력과 경륜을 갖춘 내부출신 인사를 본부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며 "이러한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노조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신임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포한 바 있다.
김 이사장의 인사개혁은 취임 이후부터 '김봉수식 파격인사'로 불리며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는 최근에도 본부장보에서 팀장급까지 40% 이상을 갈아치우는 등 인사개혁의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거래소 임원 18명(본부장 5명, 본부장보 10명, 전문위원 3명)이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는데 김 이사장이 거래소 내부출신들만 사표를 수리, 금융공기업 고위직 물갈이 인사가 청와대와 관료출신의 자리확보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사표를 낸 본부장 5명 중 3명의 사직서가 반려됐지만, 사표가 수리된 두 명은 공교롭게도 이광수 유가증권시장 본부장과 전영주 파생상품시장 본부장 등 순수 거래소 출신 집행간부였다.
거래소 노조가 아닌 일반 조직원들도 이번 인사개혁에 적잖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달 14일 임원 18명이 일괄 사표를 냈을 때도 금융관료 경력이 뚜렷한 인물들만 살아남은 게 사실"이라며 "조직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도 일부 집행간부는 내부에서 승진시켜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조 입장을 떠나서 외부에서 볼 때도 거래소 임원 모두가 외부에서 채워지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인사개혁으로 받아들여 질 것"이라며 "이번 두 명의 신임 본부장 중 한 명이라도 순수 거래소 출신이 발탁되는 게 공평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거래소 인사개혁이 발빠르게 진행되면서 잡음도 연일 계속되고 있다. 특히 노조를 비롯한 거래소 직원들은 앞으로도 시장파트 본부장 만큼은 시장관리를 해오던 내부승진이 당연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김 이사장이 취임하기 전부터 분열된 노조를 통합하는 게 신임 이사장으로서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 중 하나로 언급되어온 만큼 이번 인사개혁에 대한 내부 반발을 어떻게 진압해 나갈 수 있을 지 김 이사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
거래소는 4일 서울사무소 21층 회의장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진수형 전 한화증권 대표와 박종길 전 동부증권 부사장을 각각 신임 본부장으로 선임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외부출신 본부장 선임에 반기를 든 노조가 회의장 입구를 봉쇄, 주총이 연기될 위기에 처해졌다. 이에 거래소는 주총장을 긴급히 옮겨 지연되던 주총을 속행했다.
거래소는 이어 보직 결정까지 일사천리로 마무리지었다. 앞으로 박 전 부사장은 경영지원본부장을, 진 전 사장은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을 각각 맡게 된다. 현 이창호 경영지원본부장은 유가증권시장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이날 주총은 노조의 강력 반발로 연기되는 듯 보였다. 거래소 관계자도 당시 "본부장 선임을 위한 주총이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거래소가 이처럼 노조를 피해 속전속결로 본부장을 뽑았기 때문에 앞으로 노조와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최근 김봉수 이사장이 조직 및 인력 구조개혁 차원에서 잇따라 파격 인사를 단행하고 있는데 대해 적잖은 불만을 갖고 있었다. 특히 시장파트 본부장으로 내부인사가 아닌 외부출신이 내정됐다는 소식에 강력 반발했다.
유흥열 노조위원장은 이달초 성명서를 통해 "업무능력과 경륜을 갖춘 내부출신 인사를 본부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며 "이러한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노조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신임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포한 바 있다.
김 이사장의 인사개혁은 취임 이후부터 '김봉수식 파격인사'로 불리며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는 최근에도 본부장보에서 팀장급까지 40% 이상을 갈아치우는 등 인사개혁의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거래소 임원 18명(본부장 5명, 본부장보 10명, 전문위원 3명)이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는데 김 이사장이 거래소 내부출신들만 사표를 수리, 금융공기업 고위직 물갈이 인사가 청와대와 관료출신의 자리확보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사표를 낸 본부장 5명 중 3명의 사직서가 반려됐지만, 사표가 수리된 두 명은 공교롭게도 이광수 유가증권시장 본부장과 전영주 파생상품시장 본부장 등 순수 거래소 출신 집행간부였다.
거래소 노조가 아닌 일반 조직원들도 이번 인사개혁에 적잖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달 14일 임원 18명이 일괄 사표를 냈을 때도 금융관료 경력이 뚜렷한 인물들만 살아남은 게 사실"이라며 "조직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도 일부 집행간부는 내부에서 승진시켜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조 입장을 떠나서 외부에서 볼 때도 거래소 임원 모두가 외부에서 채워지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인사개혁으로 받아들여 질 것"이라며 "이번 두 명의 신임 본부장 중 한 명이라도 순수 거래소 출신이 발탁되는 게 공평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거래소 인사개혁이 발빠르게 진행되면서 잡음도 연일 계속되고 있다. 특히 노조를 비롯한 거래소 직원들은 앞으로도 시장파트 본부장 만큼은 시장관리를 해오던 내부승진이 당연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김 이사장이 취임하기 전부터 분열된 노조를 통합하는 게 신임 이사장으로서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 중 하나로 언급되어온 만큼 이번 인사개혁에 대한 내부 반발을 어떻게 진압해 나갈 수 있을 지 김 이사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