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년을 맞는 자본시장법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투자자 보호도 강화해 금융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내일이면 시행 1년이 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현행 자본시장법은 당초 목표의 반쪽만 충족시킨 절름발이 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규제완화와 투자자보호 중 투자자보호에 상대적으로 치중해왔다는 얘기다.

물론 이처럼 된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당수의 펀드가 반토막이 나고 각종 파생상품으로 큰 손실을 입는 기업이 속출하면서 금융당국은 아무래도 투자자보호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1년을 돌이켜 보면 규제완화는 오히려 뒷걸음질친 게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전한 규제는 새로운 상품 출시를 가로막고 있다. 실제 지난 1년간 ETF(상장지수펀드)의 종류만 몇가지 늘어났을 뿐 새로 생긴 금융상품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 공모펀드 거래세, 해외투자펀드 배당소득세가 올해부터 부과되는 등 금융상품에 대한 과세는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 12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헤지펀드나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설립이 가능해졌지만 이것 역시 엄격한 조건하에서만 가능해 당초 법 취지와는 다소 동떨어졌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그러나 이런 규제위주 정책으로는 대형 투자은행(IB)의 출현은 물론 금융산업 도약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최근 미국이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지만 우리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금융선진국들이 규제를 강화하는 지금이 오히려 우리 금융산업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또 다시 미국 눈치만 볼 게 아니라 차제에 과감히 규제를 없애 금융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는 것이 어렵게 만든 자본시장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지 않는 길이기도 하다. 당국은 최근 대한상의가 자본시장법 1년을 맞아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80.1%가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