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하느님과 교회에 무엇을 청합니까?"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안에서 저희의 온 생애를 하느님께 봉헌하기를 청합니다. "

2일 오후 2시 서울 명동성당.올해로 한국 진출 122주년을 맞는 국내 최초의 천주교 수도회인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의 종신(終身)서원식(미사)이 열렸다. 주례를 맡은 황인국 몬시뇰(서울대교구 수도회 담당 교구장대리)의 물음에 이수정 제르트루다 수녀 등 12명의 서원자들은 한목소리로 자신의 삶을 온전히 하느님에게 바치고 이웃을 위해 봉사할 것을 서약했다.

종신서원은 수도회에서 일정 기간의 영성수련과 사도직 체험활동 등을 마친 수도자가 평생토록 정결 · 청빈 · 순명의 복음삼덕(福音三德)을 지키며 하느님에게 자신을 바치기로 선서하는 것.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의 경우 지원기 1년,청원기 1년,수련기 2년,유기서원기 5년 등 최소 9년의 수도생활 끝에 종신서원을 하게 된다.

미사강론에 이어 진행된 주례와 서원자들의 문답 순서.황 몬시뇰이 "여러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에게 봉사하기 위하여 여러분의 온 존재를 하느님께 봉헌하기를 원합니까""지상의 모든 재물을 포기하고 가난하신 그리스도를 따르며 물질적 재산을 공유할 뿐 아니라 형제적 사랑과 사도적 생활에서도 같은 정신으로 살기를 원합니까"라고 묻자 서원자들은 낮게,그러나 또렷한 목소리로 "예,원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서원자들은 황 몬시뇰과 함께 무릎을 꿇고 하느님과 성인들의 도움을 청하는 성인 호칭 기도를 드린 다음 서원문을 낭독했다. "…저 ○○○수녀는 찬미의 희생 제사를 바치신 주님과 하나되어 종신토록,정결과 가난과 순명의 삶을 서원하나이다. 저의 이 서원을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안에서 관구장께 맡겨드리며 본회 회칙대로 살 것을 서약하나이다. "

마침내 관구장인 김영희 젬마루시 수녀가 서원자들을 수도회의 새 가족으로 받아들일 것을 선언하고 종신서원식이 끝나자 축하인사가 이어졌다. 서로 끌어안은 서원자들과 동료 수도자들,종신서원을 축하하기 위해 온 수도자 가족과 친지,친구들의 얼굴엔 웃음과 눈물이 뒤섞였다. 종신서원은 수도자의 삶에서 제2의 생일과도 같은 날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서원한 정결(독신) · 가난 · 순명은 대자유를 위해 스스로 선택한 구속이다. 독신의 신분을 택함으로써 수도자는 아무에게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인으로 세상 모든 사람을 형제자매로 받아들인다. 가난은 욕망의 근원인 소유욕을 포기함으로써 물질로부터 자유롭게 하고,순명은 자신을 뜻을 내세우지 않고 모든 것을 하느님에게 맡김으로써 사랑의 삶을 살게 한다.

1696년 프랑스의 루이 쇼베 신부가 창설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는 1888년 7월 조선교구장 블랑 주교의 요청에 따라 한국에 들어온 국내 최초의 수도단체다. 국내에는 서울 · 대구 관구를 합쳐 1100여명의 수녀들이 기도와 헌신의 삶을 살고 있으며 서울관구에는 534명의 수도자가 국내외 100여개 분원에서 본당사목,교육,의료,사회복지,해외 선교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계성초등학교 · 계성여고 · 계성유치원,성모병원 · 성바오로병원 등이 이 수녀회가 운영하는 시설이며 '사형수들의 어머니'로 불리는 조성애 수녀도 이 수녀회 소속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