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수차례 등락을 반복한 끝에 간신히 1600선을 방어했다. 미국과 중국 등의 불확실한 대외 변수 여파로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1600선을 단기 지지선으로 여기는 기관과 개인의 저가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는 형국이다.

하지만 수급 불균형에다 투자심리도 위축돼 있어 반등의 연속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코스피 PER 9.4배로 떨어져

코스피지수는 1일 강보합으로 출발해 1600선을 사이에 두고 등락을 거듭한 끝에 4.01포인트(0.25%) 오른 1606.44로 거래를 마감했다.

오전 한때 1610선까지 오르며 반등을 시도하던 지수는 외국인이 1000억원 가까운 매물을 내놓으면서 약세로 반전해 1600선 아래로 밀려났다. 하지만 장 막판 투신과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이 저가 매수에 나서며 1590선까지 떨어졌던 지수를 끌어올렸다. 이날 장중 코스피지수 등락폭은 21.19포인트나 됐다.

삼성전자포스코는 약보합에 그쳤지만 현대차(2.65%)와 신한지주(4.27%) KB금융(2.57%) 등은 강세를 보였다. 지난주 급락했던 한국전력과 현대중공업도 저가 매력이 부각된다는 분석에 각각 0.39%와 5.88% 상승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주일 새 12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며 장단기 이동평균선을 모두 뚫고 내려선 코스피지수가 1600선 근처에서 서서히 바닥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근 20일간 평균 상승 종목 수를 하락 종목 수로 나눠 시장의 추세를 판단하는 등락비율(ADR)이 1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기술적 분석상 반등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실적 전망을 고려하면 현재의 지수는 반등이 가능한 영역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9.4배와 1.24배를 기록하고 있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PER와 PBR는 과거 경험상 국내 증시의 저가 매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중국의 대출 규제 등 외부 악재들의 영향력이 점차 완화되고 있어 국내 증시는 코스피지수 1600선의 지지력을 확인한 후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1600선은 심리적 지지선일 뿐이어서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작년 4분기 실적 등을 포함해 투자심리 개선을 이끌어낼 만한 변수도 많지 않아 1600선 지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지지선 확보해도 박스권 전망 많아

전문가들은 1600선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PER 9.0배에 해당하는 1530선이 2차 지지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두바이사태가 터졌던 작년 11월 전 저점(1524.50)에도 근접한 수준이어서 높은 지지력을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곽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강세를 이끌었던 미국과 중국 등 각국의 정책 공조가 깨지는 것이란 점에서 'G2 리스크'는 단기간 내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며 "다만 1530선 이하는 금융위기 사태가 터졌던 2008년 하반기의 주가 수준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여서 그 이전에 조정 국면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지선을 확보한 이후엔 증시가 단기적으로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향후 유럽의 신용 리스크 완화 등 불확실성 해소가 추가 반등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등 국면에서는 이전 지지선이 저항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60일 이동평균선과 120일 이동평균선이 맞물려 있는 1630선이 단기 고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 연구원은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의 불안한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며 "현 ·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의 매수 재개가 증시 안정에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외국인이 선물을 통해 지수 하락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물 시장에서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